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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정조 한글편지 보니 '역시 떡잎부터 성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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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정조가 원손 시절부터 재위 22년까지 큰외숙모인 여흥 민씨에게 보낸 편지 등을 모아 만든 ‘정조어필한글편지첩’ 전체가 최초로 공개된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오는 11 21, 18세기 왕실 관련 한글 필사본 세 편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도록 현대어로 풀어 쓴 《소장자료총서》를  발간한다. 대상 자료는 ‘정조어필한글편지첩’, ‘곤전어필’, ‘김씨부인한글상언’이다. 

 

▲문안 아뢰고 기후 무사하신지 알고자 합니다. 이 족건(버선)은 저에게 작사오니 수대(정조의 외사촌 홍수영의 아명)를 신기옵소서. 조카. 사진>국립한글박물관 

 

이 가운데 ‘정조어필한글편지첩’은 지금까지 전체 16점 가운데 3점의 편지만 알려졌으나, 이번에 전체가 초로 공개된다. 현재 원문이 공개된 수백 점의 정조 편지들은 대부분 한문 편지이며, 한글 편지 가운데 실물이 남아 있는 것은 ‘정조어필한글편지첩’이 유일하다. 조선 시대의 한글 편지 가운데 어린이의 필체로 쓰인 편지 자체가 드물거니와 편지를 쓴 주인공이 바로 조선의 22대 왕 정조라는 점이 특기할 만 하다. 

 

▲숙모님 앞. 상풍에 기후 평안하신지 문안 알고자 합니다. (숙모님을) 뵌 지 오래되어 섭섭하고 그리웠는데 어제 편지 보니 든든하고 반갑습니다. 할아버님께서도 평안하시다 하니 기쁘옵니다. 원손. 사진>국립한글박물관

 

‘곤전어필’은 이번에 처음 소개되는 것으로, 정조의 비인 효의왕후 김씨가 ‘만석군전’과 ‘곽자의전’을 조카 김종선에게 우리말로 번역하게 한 다음, 자신이 직접 한글로 옮겨 쓴 소설이다. 이 책의 말미에는 효의왕후가 이 글을 친필로 쓰게 된 동기와 취지를 적은 발문과, 청풍 김씨 가문에 하사한 경위를 적은 김기후, 김기상의 발문이 수록되어 있다. 

 

▲올리는 글. 밤사이 문안 알고자 하며 오늘은 병환이 어떠하신지 알고자 합니다. 오늘은 마마께서 생일 음식을 해 주셨는데 혼자 (다) 먹지 못하여 음식을 조금 드리오니 잡수시기 바랍니다. 세손. 사진>국립한글박물관 

 

‘김씨부인한글상언’은 서포 김만중의 딸이자, 신임옥사 때 죽임을 당한 이이명의 처 김씨 부인이 손자와 시동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영조에게 올린 한글 탄원서이다. 정자로 정성 들여 쓴 이 상언은 크기가 무려 81.5×160cm(세로×가로)에 달한다. 정치적 격변기에 일어났던 당쟁의 한 장면을, 한 사대부 여성의 절박한 심정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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