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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성공을 위한 촌철살인, '미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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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 미쳐라/강상구 지음/좋은책만들기 펴냄

 

출세는 불교의 '출세간(出世間)'에서 유래했다. 이 말은 세속을 떠나 승려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세속에서의 출세는 성공을 의미한다. 유교에서는 성공을 의미하는 뜻으로 '입신양명(立身揚名)'이라는 말이 있는데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세상에 이름을 날린다는 뜻이다. 여기서 이름을 날린다는 것은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의미가 강했다. 즉 불교의 출세란 말은 유교국가였던 조선시대에 들어 입신양명이란 의미로 바뀌었다. 출세가 입신양명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현실에서의 성공은 출세나 입신양명 본래의 뜻보다는 출세주의 또는 출세 지상주의로 의미가 변질되고 말았다. 지금이야 많이 사라졌지만 서울대에 입학하거나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동네 어귀마다 걸렸던 플랭카드의 추억도 왜곡된 성공, 출세주의의 한 단면이었다.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 속세의 출세는 바로 타인을 밟고 일어서는 단 한 사람만의 특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무지개보다 더 많은 빛깔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또 그만큼의 다양한 생각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성공에 대한 정의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여전히 사회적으로 출세하는 것을 성공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을 테고,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성공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꼭 일등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정리할 때마다 자기 계발서가 조금은 불편한 책으로 다가온다.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는 어떤 분야에서건 단 한 사람, 일등만을 성공하는 사람으로 선택하고 그 한 사람의 길을 밟기 위한 자기 계발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계발서를 읽는 이유는 세상에 일목요연하게 규정된 양서의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책이건 읽은 후에 남다른 감흥이나 여운이 남았다거나 별 볼일 없었던 내 삶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면 그 책이 바로 양서가 아닐까? 양서의 기준을 정의하는 것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자 선택이다.

 

지금껏 나는 한 가지 일에 미쳐본 적이 있었는가?


뒤통수를 크게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반 평생을 살아오면서 나는 내가 하고자 했던 일에 제대로 한 번 미쳐본 적이 있었던가? 1년이 아니라 단 하루만이라도. 늘 꿈은 있었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전력으로 질주했던 적은 '글쎄'라고 해야 정확한 기억일 것 같다. <1년만 미쳐라>를 읽으면서 아무리 기억을 되돌려 봐도 결론은 하나 '글쎄' 였다. 세상을 허투루 살았나 싶을 정도로 처참한 결론이었다.

 

 

벽(癖)이 없으면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 대체로 보아 癖이라는 글자는 질(疾)에서 나온 것이니, 병 중에서도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것을 말한다. 그러나 창조적이고 독특한 정신을 갖추고 전문의 기예를 습득하는 것은 때때로 벽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명농초고(明農草藁)』, 『정유시고(貞蕤詩稿』등으로 유명한 조선 후기의 실학자 박제가는 자신의 저서 『백화보서(百花譜序)』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벽(벽)'이란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무언가에 미치는 것, 즉 마니아적 성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박제가의 말은 어떤 분야에서 독보적이고 프로페셔널한 사람이 되려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저 사람, 제정신이 아니군"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미쳐야 한다는 뜻이다. -<1년만 미쳐라> 중에서-

 

저자는 '미친다'는 말을 '열정과 신념을 가지고 어떤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라고 재해석한다. 그러면서 딱 '1년만 미쳐보라'고 조언한다. 지금껏 어영부영 삶을 살아왔던 나에게는 정신에 비수를 꽂는 촌철살인과도 같은 조언이다. 어쨌든 저자는 '1년만 미쳐라'라는 조언에 나름의 근거를 제시한다. 어떤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1만 시간은 하루 활동시간인 10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1,000일이고, 1,000일은 약 3년이다. 3년이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각각 졸업하게 되는 기간으로 대학원에서는 석사나 박사 학위를 딸 수 있는 기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3년이라는 기간도 1년을 보내지 않으면 전문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업적을 평가하는 기간을 대체로 1년으로 잡고 있다는 것이다. 즉 1년이라는 기간은 누구든 꾸준히 자기 일을 하면 한 사람의 몫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하나의 안타, 그것은 과감하게 도전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야구경기를 보면 스타 선수들이 일반 선수들보다 삼진 아웃도 많이 당하고 안타도 많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방망이를 휘두르기 때문에 안타가 나올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에 일반 선수들은 삼진을 당할까봐 두려워 과감하게 방망이를 휘두르지 못한다. 그리고 그렇게 망설이다가 결국 타점을 올리지 못하고 낙오되어 벤치 신세를 지게 된다. -<1년만 미쳐라> 중에서-

 

자신을 믿어라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 없이 미치면 말 그대로 미치는 수준에 그치고 만다. 우선 나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하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재능에 따른 목표가 설정되었다면 자신을 믿어야 하는 것은 미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그러면서 일주일 동안 무엇에 미쳐야 할지 목표를 찾는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목표가 설정되었다면 이제 어떻게 미칠 것인가? 저자는 스물 네가지 행동요령을 조목조목 언급하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대로 미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몇 가지만 언급하면 이렇다. '실천하지 못하면 죽을 각오를 하라', '자신에 대한 믿음 없이는 시작도 하지 마라', '마지막 1초까지 올인하라', '사람을 소중히 여겨라', '대가를 바라지 말고 몰입하라', '정보를 확보하라',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라', '일관된 행동원칙을 세워라', '성공모델을 찾아라'.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 다 자란 팔과 다리가 불과 10센티미터에 지나지 않는 그의 모습을 어린시절 불행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그는 오히려 행복했다. '나폴레옹'이라고 불릴 만큼 동네에서 알아주는 골목대장으로 성격이 밝고 씩씩했던 그는 아이들이 "네 몸은 왜 이러니?" 하고 물어도 "응,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병에 걸려서 팔다리가 자라지 않는 거래"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고, 그러면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곧 친구가 되었다. -<1년만 미쳐라> 중에서-

 

꿈을 꾸는 당신, 미칠 준비가 되었는가? 분명 쉬운 여행만은 아닐 것이다. 인생의 절반이나(?) 산 나도 과연 미칠 수 있을까? 어쩌면 인생의 절반밖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나도 몰랐던 내 목표는 분명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꿈이 아무리 소박하고 미천할 지라도. 마지막으로 사족을 하나만 그린다면 자기 계발서도 엄연하고 엄중한 현실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지났다. 인력으로는 불가항력적인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다. 이런 고려 없이 환경만 탓하지 말고 목표를 향해 미치라고 한다면 자기 계발서의 가치는 권위주의 시대의 계도용 책자쯤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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