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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김구 모욕한 이인호, 당신의 우상에게도 어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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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를 죄다 뒤집어야 할 판이다. 아니 이 사람들은 대한민국 헌법까지 몽땅 뜯어고쳐야  직성이 풀릴 모양이다. 정통성 운운하지만 정작 그들은 대한민국 정통성을 그것도 대놓고 부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뻔뻔하다 못해 당당하다. 더더욱 무서운 현실은 독버섯처럼 그늘진 곳에서 서식하던 그들이 양지로 나와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을(뉴라이트) 양지로 불러낸 이들이 권력과 언론이라는 현실은 답답함을 넘어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해방 이후 70년이 다 되도록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지 못한 댓가가 친일파의 부활과 창궐이라니 그토록 자랑스럽다고 가르치던 대한민국의 민낯 치고는 너무도 참담하지 않을 수 없다.

 

김구 선생에 대한 모독 발언을 서슴치 않는 한 인사가 있다. 물론 못된 무리들 중 한 명일 뿐이지만 그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그가 우리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이사장이기 때문이다. 임명 때부터 논란이 많았던 이인호 KBS 이사장이 김구 선생을 대한민국 건국의 공로자로서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왔는지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인호 KBS 이사장 

 

이인호 이사장은 KBS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 수반까지 지내는 등 독립 운동가로서 대단히 훌륭한 분이었지만 1948년 대한민국 독립에는 반대하셨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건국의) 공로자로서 거론하는 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이사장은 "제가 1919년 임시정부를 정신사상적으로만 인정하자는 것도 민주공화국으로서 실체적으로 대한민국이 세워져 인정받은 것이 1948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우리 헌법의 기본질서까지 부정하는 망언까지도 서슴치 않았다. 대한민국 헌법은 전문에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반대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니라 이승만의 단독정부 수립이었다. 즉 그가 반대한 것은 독립이 아니라 분단이었다. 하지만 이인호 이사장을 비롯한 식민지 근대화론을 신봉하는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은 끊임없이 김구 선생을 비롯한 일제 강정기 독립운동을 폄하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인호 이사장은 얼마 전 친일 옹호 발언으로 낙마한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교회 강연에 대해서도 "감동받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고 조부의 친일행적에 대해서도 엉뚱한 변명만 늘어놓아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런 이인호 이사장의 발언을 두고 편향적 시각이라는 다소 정제된 비판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잘못된 역사인식이 정확한 표현이다. 헌법에까지 명시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이 우파니 좌파니 하는 이데올로기로 평가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 

 

그간 세 차례나 감옥살이를 하며 갖은 고초를 겪은 선생은 무엇보다도 왜적의 이목을 피하고자 농촌에 은거하며 우울한 세월을 지내던 중 하늘의 복음이랄까. 1919년 3월 1일 독립만세의 우렁한 소리가 한국의 방방곡곡을 뒤흔들었으니 당시 선생의 감회는 과연 어떠하였으랴?

바로 그때 선생은 중국으로 망명하였고 상해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어 허다한 요직이 선생을 기다리고 있었건만 선생은 모든 만류를 뿌리치고 줄곧 정부의 문지기가 되기를 자원하였다. 이는 "우리나라가 독립되는 날에는 어떤 천한 일을 맡더라도 오히려 영광으로 생각하노라" 하는 평소의 신념을 충실히 실천하고자 함이었다.

이상의 약력이 말하는 바와 같이 김구 선생은 철인이요, 의지가 곧은 분이다. 한번 마음먹은 일이면 죽는 한이 있더라고 하고야 마는 분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면 비바람을 뚫고 힘차게 매진하는 어른이다. -김구의 <도왜실기> 중 이승만이 쓴 '발간사' 중에서-

 

이인호 이사장을 비롯한 뉴라이트 진영은 독립운동사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폄하하고 모욕하지만 남한 단독정부를 수립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건국의 아버지'로 우상화하고 있으며 8월15일도 '광복절' 대신 '건국절'로 바꿔 불러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과 독재 행적에 대해서는 눈감은 채 그를 미화하기에 급급하고 있다. 자신들의 입맛대로 대한민국을 요리하기에 혈안이 돼 있는 자들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 이후 권력과 언론의 비호 속에 공직 임명은 물론 그들의 역사 왜곡 시도까지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다. 누구나 역사에 대해 다양한 주장을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다양성이 잘못되고 왜곡된 주장까지 포용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우상'으로 여기는 이승만 전 대통령도 비록 해방 후에는 정적이었지만 김구 선생의 삶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어른'으로 칭송했다. 이인호 이사장에게도 김구 선생이 쓴 <도왜실기>는 아니더라도 이승만이 쓴 <도왜실기> '발간사' 쯤은 일독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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