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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책 소개>나는 라말라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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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라말라를 보았다/무리드 바르구티 지음/구정은 옮김/후마니타스 펴냄

 

구약성경에 따르면 기원전 2,100년 경 메소포타미아 출신 유목민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계시에 따라 부족을 이끌고 가나안(지금의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했다. 아브라함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첫째는 후처 하갈에게서 얻은 이스마엘이었고 둘째는 본처인 사라에게서 얻은 이삭이었다. 이스마엘이 비록 형이었지만 후처에게서 태어난 서자일 뿐이었다. 결국 이스마엘과 어머니 하갈은 팔레스타인 남부 사막으로 쫓겨났다. 이복형제였던 이스마엘과 이삭은 훗날 각각 아랍인과 유대인의 조상이 되었다. 결국 아랍인과 유대인의 뿌리는 셈족이었던 아브라함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동안 앙숙처럼 지내고 있으니 도대체 두 종족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잊을만 하면 불거지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 막강한 유대 자본을 방패삼아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력 공격은 전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원래 땅 주인이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자기 땅에서 나가 달라는 이스라엘의 요구와 공격이 황당하기만 하다. 이스라엘의 이렇게 끊이지 않는 팔레스타인 공격은 시오니즘에서 출발했다는 보는 견해가 많다. 유대 민족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시오니즘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의 방조자가 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유대인 구출 계획에도 불구하고 유대 지도자들은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유대 민족국가 건설을 위해 국제사회의 동정적 여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600만 명이라는 유대인들이 나치에 의해 희생되는 참사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 결국 2차 대전이 끝나고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이라는 시오니즘 국가를 탄생시켰다. 갑자기 무서워진다. 민족국가 건설을 위해 수백만 명의 희생을 방조하다니.

 

한편 이스라엘의 탄생은 팔레스타인의 비극의 시작이었다. 말이 전쟁이지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난민 처지가 되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은 물론 전세계가 분노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결코 아랑곳하지 않는다. 막강한 유대자본으로 막강한 미국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의 이런 비참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비난과 분노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조국을 사랑하는 작가가 있다고 한다. <나는 라말라를 보았다>의 저자 무리드 바르구티라고 한다. <나는 라말라를 보았다>를 통해 그의 조국 사랑법을 살짝 엿보는 것도 오늘날 팔레스타인 비극을 공유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아닐까 싶다. 아래는 <나는 라말라를 보았다>의 출판사에서 제공한 서평이다. 

 


 

 

자신의 땅에서 추방당한 팔레스타인 시인이 쓴 귀향의 기록

30년 만의 귀향, 며칠간의 방문
그리고 우리가 보지 못했던 팔레스타인
“인생은 단순화할 수 없는 것이다.”
테러와 점령, 분쟁과 혼란의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만나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추방을 가장 잘 묘사한 실존적 기록 중의 하나”
- 에드워드 사이드
“잊을 수 없는 기억들, 날 선 통찰력과 추방의 쓰라린 고통이 들어 있는 책”
- 존 버거

나라 아닌 나라의 수도 아닌 수도, 라말라

1999년 이스라엘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의 석학인 에드워드 사이드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화합의 시작이 되리라는 믿음 아래 의기투합해,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 출신 젊은이들로 구성된 ‘서동시집(西東詩集) 오케스트라’를 결성한다. 이 같은 조합 자체가 이미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음에도 독일과 스페인 등지에서 공연을 성사시킨 그들은, 2005년 또 다른 장소에서의 공연을 기획해 실현시켰다. 그곳이 바로 팔레스타인의 라말라였다.
라말라는 요르단 강 서안 지구의 중심 도시이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이른바 ‘6일 전쟁’)이 발발해 이스라엘에 점령되면서 해외에 나가 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귀환할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의 왕래는 물론 자치마저 통제되었을 뿐만 아니라, 시 외곽에 이스라엘 정착촌이 건설되면서 도시의 확장을 가로막았다. 1987년 제1차 인티파다(민중 봉기)로 표출된 팔레스타인 대중의 저항이 라말라를 진원지로 삼았던 연원은 여기에 있었다. 저항이 이어진 끝에, 예루살렘 북쪽으로 1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이 도시에는 현재 자치정부가 수립되어 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독립국가가 출범하면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으려 하나, 이스라엘이 서예루살렘에 만족하지 않고 동예루살렘에서도 사실상 점령을 유지하면서 라말라가 ‘나라 아닌 나라의 수도 아닌 수도’ 노릇을 하고 있다.

자신의 땅에서 추방당한 지식인

저자인 무리드 바르구티는 라말라에서 태어나 청소년기를 그곳에서 보냈다. 그러다가 이집트 카이로에서 유학하던 중 1967년 전쟁을 맞는다. 국경은 막혔고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난민 신분이 되어 카이로에서 대학을 나와 시인으로 살던 그는, 문인이자 대학교수인 이집트 여성을 아내로 맞아 이집트에 정착했다. 하지만 1980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고 자국 내 팔레스타인 망명 단체 및 운동가들을 추방하면서, 바르구티는 아내와 돌배기 어린 아들을 카이로에 남겨둔 채, 이집트에서마저 쫓겨나 세상을 떠돈다.
그는 추방이란 “당신이 속해 있던 장소에서 당신을 갑자기, 순식간에 휙 잡아채 가는 것”이며, “한번 뿌리 뽑히는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 사람은 영원히 뿌리를 잃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사이드가 표현한 대로, 남들에게나 있을 거라 여겼던 ‘죽음과도 같은 추방’을 거듭 겪은 그의 문장은 “머물 수 있는 곳과 머물 수 없는 곳, 가도 되는 곳과 가면 안 되는 곳에 관련된 고민들로 귀결”한다. 이 책 <나는 라말라를 보았다>는 세상 어디에도 ‘나만의 풀뿌리 하나’ 심을 곳 없었던 한 지식인의 자기 기록이다.

라말라를 본다는 것

그러던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이집트 무바라크 정부가 팔레스타인 망명자들에게 문호를 열면서 바르구티는 이집트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어린 아들은 이미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3년 뒤인 1996년, 고향 라말라로 갈 기회를 얻었다. 자신의 것이 아님에도 국경의 통제권을 가지고 있던 이스라엘이 국경을 ‘개방’해 주었기 때문이다. 30년 만에 요르단 강을 가로지르는 국경의 다리를 건넜다. 그렇게 돌아간 도시는 그에게 무엇이었을까?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모두 이스라엘에 빼앗겨 시간이 멈춘 도시에서 그는 절망과 희망,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맛본다. 30년 전 기억 속 풍경을 만나는 일이 반가우면서도, 고향의 여전한 모습이 달갑지 않다. 이 세상 모든 곳이 ‘발전’하는 동안 라말라는 ‘헤브루 국가 주변의 언덕배기 시골’이 되어 버렸다. 점령은 그곳 사람들에게서 상상력과 배움은 물론 모든 기회를 앗아갔다. 바르구티는 미래에 대한 꿈을 이제부터 다시 꾸어야 하는 사람들, ‘고향의 이방인’이 되어 버린 그들과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


일상의 언어로 쓴 팔레스타인의 ‘역설’

바르구티의 기념일은 다른 누군가의 비극적인 사건으로 새롭게 기억된다. 결혼기념일은 팔레스타인 카투니스트 나지 알 알리가 피격된 날로, 자신의 생일은 팔레스타인의 저항 시인 가산 카나파니가 베이루트에서 살해된 날로 의미가 바뀌어 간다. 그러나 이는 현재 4백만 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에게 별다른 일이 아니다. 저자에게 일상이란 비극과 희극, 정상과 비정상이 모두 녹아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비애와 고통을 담고 있지만 그 현실을 비참하게만 바라보지도, 반대로 저항 문학에서 그러하듯 성스럽게 다루지 않는다. 이는 추방의 경험이 그 자신 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자각, 그리고 “인생은 단순화할 수 없다.”는 인식으로 뒷받침된다. 이런 생각을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인생은 단순화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나치게 삶을 단순화하는 건 시인인 나에게는 적이나 다름없다. 전쟁과 이주와 억압과 불확실성이 극단으로 넘나드는 역사적인 순간에도 사람들은 매일매일의 일상을 찾아간다. 나는 내 작품들을 통해, 전형화할 수 없는 세상을 전형화된 언어로 표현하는 관행에 도전하려고 애썼다. 나는 일상생활 속에서 경이를 발견하려 애썼고, 극단 속에서도 일상을 찾으려 노력했다. 팔레스타인의 역설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폭격을 받았다는 것보다도 한 가족이 만났다는 게 더 큰 뉴스가 되는 현실! 나 역시도 그런 일상과 비일상의 직조에 작가로서 매료되곤 한다. 평범한 식구들이 아침 식탁에서 전쟁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그런 이상한 일이 늘 일어나지만 그 자체가 나를 둘러싼 세상에선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나는 그런 것들을 표현하고 싶다.

그는 이 책에서 침략과 테러, 끝이 보이지 않는 분쟁이 전해 주는 이미지에 가려져 왔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줌으로써,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내는 성취를 일궜다. 이를 인정받아 아랍권 최고의 문학상 중 하나인 ‘나기브 마흐푸즈 문학상’을 수상했고, 영국/미국/스페인을 비롯해 여러 언어권에서 소개되었다. -출판사 제공 서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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