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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책소개>교황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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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연대기/존 줄리어스 노리치 지음/남길영 외 옮김/바다출판사 펴냄/2014년

 

가톨릭 교황은 2000년간 존속해온,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군주직. 지금도 세계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영적 지도자로 존숭받지만 고대 로마제국 이래 유럽사에선 굵직한 흔적을 남긴 세속의 지도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간 명멸했던 280여 명의 교황 가운데는 의심할 나위 없는 성인(聖人)들도 있고, 상상을 초월하는 잔혹함과 죄악 속에서 허우적대는 이들도 있었다.


‘역사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리는 영국 저술가 존 줄리어스 노리치가 이들의 행적을 한눈에 보여준다. 정통 권위를 주장하는 근거에서 이단논쟁, 신성로마제국과의 다툼을 거쳐 바티칸시국의 성립까지 스케이트보드를 타듯 유연하게 그러면서 균형 잡힌 태도로 교황의 역사를 조망했다.

『교황 연대기』는 『비잔티움 연대기』로 유명한 역사가인 존 노리치의 최근작. 25년 이상 구상하고 집필하여 81세가 되던 해에 탈고한 필생의 대작이기도 하다. 서구의 역사의 공백이었던 천년제국 비잔티움의 역사를 복원한 전작에서 보여준 탁월한 이야기 솜씨와 균형 잡힌 시각은 이번에도 여실히 발휘됐다.

 

▲교황 연대기/존 줄리어스 노리치 지음/남길영 외 옮김/바다출판사 펴냄 


교황은 로마의 주교이자 로마 가톨릭교회의 영적 지도자이며 바티칸시국의 국가원수다. 많은 사람들에게 교황은 하느님의 계시를 가장 확실하게 통역해낼 수 있는 지상에 존재하는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여겨진다. 교황직은 역사상 가장 오래된 완전한 군주제로, 현재 개혁교황으로 불리는 프란치스코까지 280여 명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 책은 2000년간 이어오고 있는 교황직에 대한 간단한 역사서이다. 저자는 다양한 연구 성과를 섭렵하여 방대한 교황의 역사를 한 권 안에 대하드라마처럼 복원해 냈다. 교황들의 업적을 단순나열하기보다는 그들의 인간적 면모와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 엮어내며, 대립교황을 포함한 수많은 교황들이 진정한 종교의 성자였는지 타락한 세속의 권력자는 아니었는지 파헤치고 있다.

성 레오 교황은 흉노족과 고트족으로부터 로마를 지켰고, 레오 3세는 샤를마뉴에게 황제의 관을 씌워줌으로써 황제 위에 교황의 위상을 세웠다. 대 그레고리오 교황과 후계자들은 주로 즉위하는 황제들과 맞서서 패권 다툼을 벌였고, 십자군 원정을 이끈 인노첸시오 3세 교황과 아비뇽에서 행해진 ‘아비뇽 유수’, 전성기 르네상스 시대의 알렉산데르 6세, 율리오 2세, 메디치의 레오 10세를 다루고 있다. 교황청의 부패에 맞서 종교개혁이 일어나고, 반종교개혁의 선봉에 섰던 바오로 3세와 나폴레옹과 투쟁했던 비오 7세, 이탈리아 통일 운동 속에서 교황권을 이끌며 많은 변화를 도모했으나 실패로 돌아간 비오 10세의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20세기에는 레오 13세 교황과 두 번의 세계대전 중에 교황직을 수행했던 베네딕토 15세와 반유대주의자를 혐오했던 비오 12세, 그리고 그의 총애를 받은 요한 23세를 다루고 있다. 재임한 지 보름도 안 되어 죽음을 맞은 요한 바오로 1세의 미스터리를 풀어보고,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를 살펴보고 있다. 역사 속에서 중간에 사임한 교황은 베네딕토 16세를 포함하여 모두 3명이다. 베네딕토 16세를 이어 2013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되었다. 저자 노리치는 한국어판 후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대중교통 이용은 좀 자제해 달라는 바람을 전하며, 아직 평가는 힘들다면서도 저자 역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교황권은 대체로 베드로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과연 그 견해는 맞는 것일까? 노리치는 베드로를 초대 교황으로 보는 견해에 의문을 제기한다. 베드로를 첫 번째 교황으로 보는 근거는 <마태복음> 16장(18~19)에 나오는 구절 외에는 미약하다. 베드로가 로마에서 순교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이지만, 로마의 주교를 교황이라고 한다면 베드로는 주교를 지낸 적이 없다. 과연 베드로를 첫 번째 교황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


서로마가 망하고 300여 년이 흐른 후 교황 레오 3세는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에게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왕관을 씌워주었다. 이때부터 로마에는 두 명의 황제가 생겼다. 레오 3세 교황은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 로마제국의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까? 황제에게 왕관을 씌워줌으로써 교황 자신에게 왕관과 왕권을 수여할 수 있는 더 큰 권한과 영예를 선물한 것은 아닐까란 의문을 제기한다.
노리치의 이러한 서술 방식은 단편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근거를 가지고 시종일관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학문적으로 진지하게 파고들지 않으면서도 손쉽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그의 필력이 참으로 놀랍다. 

책 속에는 기이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다. 교황이라고 하면 종교적 지도자로 세속과는 거리가 멀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실제 교황들 중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잔혹함과 재산축적, 친족등용, 강간, 살인, 음모 등 죄악 속에서 허우적거린 교황들도 많이 있다. 이 책에는 교황들의 삶과 행동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복원하고 있다. 이 책은 “지금껏 읽은 역사서 중에서 가장 기이하고 재미난 이야기로 가득하다”는 해외 언론평을 받고 있다. -출판사 제공 서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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