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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대통령은 잘 하는데 국민과 제도가 문제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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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은 대통령이 가서 최대한 수색 노력을 하겠다는데도 소리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한테 물세례 한다.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한데 대통령만 신적인 존재가 돼서 국민의 모든 니즈(요구)를 충족시키길 기대하는 게 말도 안 되는 것이다.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인 지난 421,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막내아들 정예선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소위 미개한 국민글이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질책하는 국민과 세월호 유가족이 졸지에 미개한 국민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아들을 대신해 정몽준 후보는 전국민적인 비난에 직면했고, 이 몇 줄의 글로 패배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또 세월호 유족들은 정예선씨의 페이스북 글이 국민이라고 표현됐지만 글의 맥락상 대통령과 국무총리와 있었던 것은 유족이었고 결국 유족을 미개하다고 말한 것과 다르지 않다며 정예선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현 시국을 두고 이런 인식을 하는 사람이 비단 정몽준 후보 막내아들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이어서 벌어진 인사 실패에 대해 남 탓즉 국민과 제도가 문제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지도자가 있으니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어쩌면 박 대통령은 정예선씨의 글이 논란이 되었을 때 혼자 청와대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던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이후 박 대통령이 지명한 안대희,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잇달아 낙마하면서 결국 돌고 돌아 정홍원 총리 유임이라는 희대의 인사 참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인사권자로서의 사과 대신 남 탓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적폐라며 책임을 회피하더니 이번 인사 실패에 대해서는 야당 탓’, ‘여론 탓’, ‘제도 탓이란다.

 

박 대통령은 30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총리 후보자가 연이어 도중에 사퇴하면서 국정공백과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혼란이 지속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고심 끝에 정 총리 유임을 결정했다.”면서 신성털기식, 여론이 반복돼 높아진 검증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분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다.”며 인사 실패의 책임을 여론에 떠넘겼다. 국회도 여야가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 달라.”제도 탓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인사 실패에 대한 사과의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대통령 자신은 잘 하는데 국민과 제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 진짜 우리는 미개한 국민이었구나.’하고 자책하고 반성이라도 해야 하나 싶다.

 

과연 국민과 야당은 박 대통령 인사에 대해서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일까? 정말로 그러 했다면 대통령의 푸념 아닌 푸념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줄 수 있으련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게 많은 국민들의 생각이다. ‘적폐를 없애겠다며 내세운 총리 후보자인 안대희 전 대법관은 전관예우로 다 몇 개월 만에 십 수억을 벌어 온몸으로 적폐를 실천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어땠나? 친일과 독재를 옹호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독하고 전직 대통령들에 대해서는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자에게 국민통합의 막중한 책임을 맡기려 했다. 국민과 야당이 반대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 상황이 더 잘못된 게 아니었을까?

 

박 대통령의 말을 달리 해석하면 대한민국에는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결함이 없으면서 유능한 인재가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이 정도면 정예선씨 말대로 대한민국은 미개한 국민만 있는 미개한 국가가 맞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 수첩의 한계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인재풀의 한계에 봉착했다면 당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물을 찾아야 하는데 여전히 자신의 스타일만 고집하는 게 문제다.

 

박 대통령은 또 우리에게 시간이 별로 없다. 여기서 경제회복 불씨를 살리지 못하면 길을 잃게 된다고도 했다. 누가 이런 사태를 초래했는지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알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일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미개한 국민’(?)개조하려는 것일까? 어쨌든 분명한 것은 국민과의 소통을 계속 거부하고 밀실에서 일부 측근과 수첩에 의존한 인사와 정책을 계속한다면 언젠가는 더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억세게도 운이 좋다. 언론은 박 대통령 지지율이 40%대까지 떨어졌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연일 대형참사가 끊이지 않고 국정난맥상이 도를 넘었는데도 이 정도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역대 다른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여전히 아버지 후광으로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견고한 지지율만 믿고 독단과 독선, 오만의 정치를 멈추지 않는다면 견고한 지지율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박 대통령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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