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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세모그룹 불매운동, 간과해서는 안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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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세모그룹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전 세모그룹(청해진해운 회장) 유병언씨 일가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실시간으로 세모그룹 관련 제품들이 불매 목록으로 올라오고 있다. 현재 누리꾼들이 실어 나르고 있는 불매 목록에는 세모그룹 계열사로 알려진 노른자 쇼핑’, ‘다판다’, ‘온나라’, ‘문진 미디어등에서 생산하거나 판매한 제품들이다. 세월호 참사 관련 법의 심판과는 별개로 시민들의 분노가 세모그룹 제품 불매운동으로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일명 갑의 횡포로 알려진 강압적인 갑을관계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시민단체와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에서도 보았듯이 불매운동은 소비자의 권리와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대표적인 소비자 운동 중의 하나다. 한편 불매운동은 영어로 보이콧(Boycott)’으로 소비자 운동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의 한 방편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불매동맹이라고 해서 조합원이나 일반 시민들에게 사용주나 그와 거래 관계에 있는 제3자의 상품 구매를 거부하도록 호소하는 행위이다. 이런 불매운동의 역사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 사진>SBS 

 

불매운동의 역사는 아일랜드의 혹독한 식민지 역사에서 비롯되었다. 1171년 잉글랜드 국왕 헨리2세가 아일랜드를 침략했고 교황은 이를 추인했다. 이후 아일랜드는 잉글랜드의 식민지가 되었고, 잉글랜드 대지주들의 악랄한 착취에 맞서기 위해 아일랜드 농민들은 토지동맹을 결성하고 소작료 인하 투쟁에 나서게 되었다. 2006년 개봉된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도 아일랜드의 독립운동을 그린 영화로 국내에서도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아일랜드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19세기 당시 찰스 보이콧(Chales Boycott)이라는 잉글랜드 출신 대지주는 아일랜드 소작인을 쫓아내기 위해 법적 조치를 취하고자 했다. 강제퇴거영장을 발부하려 한 것이다. 이 때 아일랜드 토지동맹은 폭력 대신 그에게 물건을 팔지 않고, 세탁물을 받지 않았으며, 우편물을 배달하지 않는 등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거부운동을 전개했다. 이 사건 이후로 보이콧(Boycott)’불매운동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일랜드 독립운동을 다룬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 포스터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불매운동으로는 닉슨 대통령 시절이던 197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주부들은 쇠고기값 폭등에 항의하며 전국적인 육류불매운동을 전개했다. 당시 쇠고기값은 3개월 동안 무려 387%나 올라 육류를 주식으로 하는 미국 가계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된 육류불매운동은 전국적으로 확대됐고 마침내 닉슨 대통령의 쇠고기 가격 동결선언을 이끌어냈다.

 

가장 최근에는 세계적인 스포츠 용품 기업인 나이키에 대한 불매운동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적이 있었다. 1996년 미국 잡지 라이프에는 파키스탄의 12세 소년이 나이키 축구공을 꿰매는 사진과 함께 하루 임금이 겨우 2달러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기업의 노동착취, 아동착취에 대한 분노는 나이키 제품에 대한 전세계적인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결국 나이키 최고 경영자는 직접 아동 노동 전면금지 등의 수습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자 운동으로써 불매운동이 여러 차례 벌어지긴 했지만 작년 남양유업 불매운동처럼 비윤리적 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 사례는 그리 흔치 않다.

 

세모그룹 불매운동을 계기로 불매운동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봤지만 소비자들이 거대 자본과 맞서 싸운다는 것이, 그것도 권력과 유착된 경우라면 바위에 계란 치기만큼 힘겨운 투쟁이 불매운동이기도 하다. 역사상 수도 없이 불매운동이 전개됐지만 그 중에서 성공 사례는 위에서 살펴본대로 몇몇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한편 세모그룹 불매운동을 지켜보면서 우려스러운 대목도 있다.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정부와 언론이 지나치다 싶게 유병언 전세모그룹 회장의 비리와 선원들의 비윤리성에  집착했다는 점이다. 물론 유병언씨와 세월호 선박직 직원들의 비윤리적인 행위는 이번 세월호 참사의 직·간접적인 원인이었음은 분명하다.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문제는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희석시키기 위해 사고 초기부터 정부와 언론이 앞다퉈 유병언씨와 세월호 직원들에 대한 비난을 공론화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들의 비윤리성과 함께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도 심판의 대상의 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 하나는 현재 번지고 있는 세모그룹 불매운동이 공신력있는 단체가 아닌 누리꾼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누리꾼들이 올리고 있는 불매목록 중에 세모신협이 포함된 것을 두고 신협중앙회에서는 신협은 구원파 단체가 아니라며 법적 대응까지 밝히고 있다. 기독교복음침례회 신협도 천주고신협이나 불교신협, 기독교신협처럼 정부 인가를 받아 설립·운영되는 단위 신협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일부 조합의 개별 사안을 신협으로 표기해 신협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SNS에는 세모그룹 불매운동 대상 제품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그 중에는 부정확한 정보도 있을 것이다. 이들 정보를 냉정하게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력은 오로지 이를 접한 누리꾼, 소비자들의 몫이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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