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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나폴레옹도 떨게 만든 동장군의 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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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추위를 표현하는 우리말

 

한여름 숨쉬는 것조차 힘들게 했던 햇살이 어느덧 기다림과 갈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번 힘을 잃은 더위는 빠른 속도로 추위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푸릇푸릇해지는 봄날 담벼락 아래 앉아 봄볕을 벗삼아 망중한을 즐기는 병아리마냥 틈만 나면 햇살이 비치는 양지로 양지로 빼꼼히 고개를 들이미는 요즘이다. 사막을 방불케 했던 여름만큼이나 올 겨울은 한파에 눈까지 많이 내린다고 하니 일찌감치 월동 준비라도 해야지 싶다.

 

지난주에 이미 대관령에는 얼음이 얼었다고 하니 오색 찬란한 가을을 즐기려는 인간을 향해 동장군(冬將軍)의 질투가 시작되었나 보다. 올 겨울도 어김없이 동장군의 위세가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게 될 것이다. 겨울을 맞이하는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이미 예상되긴 했지만 그래도 일기예보에서 유령처럼 떠돌다 겨울에만 나타나는 동장군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덜 봤으면 하는 것이다.

 

 

▲ 나폴레옹 

 

동장군(冬將軍).

 

누구나 한번쯤 겨울만 되면 등장하는 이 장수에 대해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분명 혹독한 추위를 이르는 말일 텐데 왜 하필 동장군이었을까. ‘흰 추위라는 순우리말도 있는데 말이다. ‘흰 추위란 온 누리가 눈과 얼음으로 얼어붙은 한겨울의 추위를 빛깔로 형상화한 우리말이다. 왜 아름다운 우리말 흰 추위대신 동장군을 혹독한 추위의 대명사로 사용하게 되었을까. 언어 학자들은 동장군이 휴우쇼군(冬將軍, ふゆしょうぐん)’이라는 일본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진 말은 아니다. 일본말 휴우쇼군(冬將軍, ふゆしょうぐん)’은 서양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동장군의 어원은 18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의 모든 유럽을 제패한 프랑스의 전쟁영웅 나폴레옹은 러시아까지 접수하려 했지만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의 배경이 되었던 보로디노 전투에서 대패하고 말았다. 거침없이 질주하던 나폴레옹의 승리의 역사가 마감된 결정적인 원인은 러시아의 겨울 추위였다. 혹독하기로 유명한 러시아 겨울 추위의 희생양은 나폴레옹 뿐만이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도 끝내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패퇴하고 말았다. 열세인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당시로서는 최강대국이었던 프랑스와 독일의 침략을 막아낸 것을 보면 러시아 겨울 추위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고도 남는다. 요약하자면 동장군의 어원은 1812년 보로디노 전투에서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이 패퇴한 것을 보고 영국 기자가 ‘general frost’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전쟁 영웅 나폴레옹까지 물리쳤으니 그야말로 러시아의 추위를 장군(general)이라 표현해도 전혀 손색이 없어 보인다.

 

 

▲ 사진>연합뉴스 

 

이와 비슷하게 동장군이 우리나라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침략한 왜군들은 일본 남쪽의 따뜻한 지방 출신들이 많았는데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조선의 겨울철 혹한을 견디지 못하고 패주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 때 이후 동장군이란 말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겨울 추위를 표현하는 우리말에는 고추 바람’, ‘싹쓸이 바람’, ‘꽁무니 바람’, ‘된 추위등이 있는데 고추 바람은 맵고 독하게 부는 찬바람을, ‘싹쓸이 바람은 모든 것을 싹 쓸어갈 만큼 세차고 배가 되집힐 정도로 세게 부는 바람을, ‘꽁무니 바람은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된 추위는 몹시 심한 추위를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이렇듯 아름답고 재미난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한자나 외래어를 빌어 쓸 필요가 있을까. 신문이나 방송 종사자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잊혀져 가는 아름다운 우리말들을 충분히 복원해서 일상으로 끌어낼 수도 있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겨울 추위를 표현하는 우리말 중에 동장군처럼 어원이 있는 말이 있다. 손돌이 추위가 그것이다. ‘손돌이 추위는 음력 10 20일 경에 찾아오는 심한 추위를 말하는데 고려 시대 임금이 탄 배의 사공이었던 손돌이가 바람과 파도를 피해 가자고 하다가 의심을 받고 억울하게 죽었는데 손돌이의 원한이었는지 손돌이가 죽은 음력 10 20일 무렵만 되면 바람이 세차게 불고 날이 추워졌다고 한다.


"독서는 다만 지식의 재료를 공급할 뿐이며,  그것을 자기 것이 되게 하는 것은 사색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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