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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시인의 마을

악질 친일파가 한국 대표 여성 시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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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vs 지원병(志願兵)에게/모윤숙(1910~1990)

 

-나는 광주 산골을 헤매다가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난다-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아무말, 아무 움직임 없이/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런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표지/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소위였고나/가숨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깊은 피의 향기여!/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 다섯 젊은 나이에/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였노라./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처 날뛰는 조국의/산맥을 지키다가/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

 

-중략-

 

이 원수의 운명을 파괴하라, 내 친구여!/그 억센 팔 다리, 그 붉은 단군의 피와 혼,/싸울 곳에 주저말고 죽을 곳에 죽어서/숨지려는 조국의 생명을 불러 일으켜라./조국을 위해선 이 몸이 숨길 무덤도 내 시체을 담을/작은 관도 사양하노라.

 

오래지 않아 거친 바람이 내 몸을 쓸어가고/저 땅의 벌레들이 내 몸을 쓸어가고/저 땅의 벌레들이 내 몸을 즐겨 뜯어가도/나는 즐거이 아들과 함께 벗이 되어 행복해질/조국을 기다리며/이 골짜기 내 나라 땅에 한 줌 흙이 되기 소원이노라.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아무말, 아무 움직임 없이/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런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시/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가슴은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장미 냄새보다 더 깊은 피의 향기여!/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간 마지막 말을.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중에서-

 


 

한 때 한국의 대표시로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던 모윤숙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의 일부다. 반공을 기치로 반세기를 살아왔으니 이 시를 한국의 대표시로 선정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게다가 모윤숙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시인이 아닌가. 어디 문학 뿐인가. 정치, 외교, 여성 운동 등 그야말로 커리어 우먼의 대표라 할만 하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시인 모윤숙이다. 아니 우리 교육은 모윤숙에 대해 여기까지만 알도록 강요해 왔다. 

 

그러나 햇빛을 가린 구름이 영원할 수 없듯 이제 커리어 우먼 모윤숙이 악질 친일파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아니 그녀는 변신의 귀재인지도 모른다. 일본 제국주의, 미 군정, 독재정권 어디에도 그녀는 빠지지 않고 각각의 정권을 위해 충심을 다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저잣거리에서는 '개판'이라고 하는가 보다. 독일은 2차 대전이 끝난지 7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아직까지도 나치 부역자들을 추적하고 있다는데, 대한민국 역사는 어찌나 가슴이 넓고 따뜻한지 친일 시인이 한국의 대표작가로 추앙받고 친일의 댓가로 받은 땅을 찾겠다며 소송까지 불사한다. 과거 반성은 삭제모드로 전환하고 군국주의로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일본을 욕하지만 정작 우리의 자화상 또한 떳떳하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1941년 1월1일 삼천리 13권 제1호에 실렸던 모윤숙의 '지원병에게'라는 시를 읽고도 그녀를 한국의 대표 여성시인 반열에 올려놓은 기존의 평가가 가당키나한지 생각해 보자.

 

눈부신 山모퉁이 밝은 숲속 힘찬 기운 떠오는 하늘밑으로 가을 떨기를 헷치며 들어갔노라.

 

기슭을 후리고 지나가는 억센 발자국 몸과 몸의 뜨거운 움직임들 칼빛은 太陽아래 번개를 아로 삭여 힘과 열의 동산 안에 내 맘은 뛰놉니다.

 

눈은 하늘을 쏘고 그 가슴은 탄환을 물리처 大東洋의 큰 理想 두 팔 안에 꽉 품고 달리여 큰 숨 뿜는 正義의 勇士 그대들은 이땅에 光明입니다. 大和魂 억센 앞날 永刦으로 빛내길 그대들 이 나라의 앞잽이 길손 피와 살 아낌없이 내어바칠 半島의 男兒 희망의 花冠입니다.

 

가난헌 이몸이 무었을 바치리까? 황홀한 창검이나 금은의 장식도 그대 앞에 디림없이 그저 지냅니다 오로지 끊는 피 한 목음을 축여보태옵니다 지난날 이 눈 가에 기뜨렸던 어둠을 내 오늘 그대들의 우렁찬 웨침 앞에 다- 맑게 씻고 새계절 뵈옵니다 다-맑게 씻고 새노래 부릅니다. -'지원병(志願兵)에게' 중에서-

 

모윤숙, 그녀는 변신의 귀재이면서 또 선동에도 탁월한 능력을 타고났나 보다.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의 감동만큼이나 우리 젊은이들을 일본 천황의 총알받이로 내모는 문장력이 이렇게도 탁월하니 말이다. 모윤숙의 일본 제국주의 찬양시는 남아있는 것만도 이것말고도 수두룩하다.

 

이윤옥 시인의 <사쿠라 불나방>에 따르면 대표적인 친일작가 모윤숙의 생존을 위한 자기변신은 탁월하다 못해 경이롭다. 그녀는 1941년 친일단체인 조선임전보국단에 들어가 당시 일본 제국주의의 적이었던 미국에 대해 '미국의 단물 쵸코렛을 빠는 더러운 조선인이 되지 말자'고 부르짖었지만 해방 후 이승만 정권하에서는 미국 특사로 뽑혀 남한단독정부 수립에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녀는 역설했단다. '세상이 미국 중심으로 돌아서니 조선이여 어서 양키의 옷자락을 잡으라'고.

 

또 <위키백과사전>에 따르면 크리슈나 메논 유엔한국위원장이 남한 단독선거에 반대하자 미인계를 이용해 1948년 3월12일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게 했다고 한다. 어쨌든 친일작가 모윤숙은 해방 공간은 물론 이후 이승만과 박정희로 이어지는 독재정권에서 승승장구한다. 이승만 정권에서는 국제펜클럽 한국 대표가 되었고, 박정희 정권 때는 공화당 국회의원까지 역임했을 뿐만아니라 각종 훈장까지 받았다. 심지어 죽어서는 금관문화훈장까지 추서됐다니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이나, 일본에게 기생해 조국의 젊은이들을 전장의 총알받이로 내몬 친일파에게 훈장을 추서하는 대한민국이나 따지고보면 개진도진이다. 

 

이윤옥 시인은 악질 친일파 모윤숙을 이렇게 노래한다.

 

대한민국예술원상

국민훈장모란장

3·1문화상에 빛나는 시인이여!

천황의 맏딸 모 시인이여! -'국군은 죽어 침묵하고 그녀는 살아 말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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