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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새들의 천국에는 왜 새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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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이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강력한 대책이라고 내놓지만 잊을 만 하면 터지니 실효성에 의문만 생길 뿐이다. 특히 이번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에서는 조선일보가 패륜범죄자의 정보를 공개한다며 엉뚱한 사람의 얼굴을 신문에 게재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발생했다.

 

도대체 안심하고 아이들을 키울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전국민적 관심사가 되는 게 있다. 바로 사형제 폐지 논란이다.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는 필자도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분노할 수밖에 없는 감정이 이성을 억누르곤 한다. 누구는 안 그렇겠는가! 이런 반인륜적 사건 앞에서 차분히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신의 반열에까지 올랐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철한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은 인간이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사형을 통해 피해자 가족의 아픔과 슬픔이 깨끗이 치유되고 범죄없는 세상이 도래한다면 이보다 더한 형벌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인권이니 하는 고상한 말은 쓰고 싶지않다. 필자는 성폭행범에게 인권을 운운할 만큼 인권에 대한 상식도 지식도 없다. 다만 사형제 부활로 이런 강력범죄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것과 사형으로 이미 영어의 몸이 된 사람들이 훗날 억울한 피해자였다는 역사적 경험들을 들춰 볼 때 사형제가 결코 정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은 결코 신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타고 있는 배는 용수나무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드디어 나무의 형체를 볼 수 있었다. 한 그루의 큰 나무는 셀 수 없는 잔가지들이 있고, 그 잔가지들은 곧게 뻗어 땅속으로 각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일부 나뭇가지는 수면으로 늘어졌다. 멀리서 보면 마치 나무가 수면으로 누운 것 같다. -바진의 수필'새들의 천국' 중에서-

 

 

친구는 여기가 '새들의 천국'이라고 했다.많은 새들이 여기서 둥지를 틀고 농민들은 사람들이 이곳의 새를 함부로 잡지 못하도록 한다고 한다. 새들이 날개를 파닥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하지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유심히 살펴보아도 새 그림자조차 볼 수 없었다. … '새들의 천국'에는 왜 새들이 없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즈음 나룻배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진의 수필 '새들의 천국' 중에서-

 

 

이튿날…처음엔 주위가 조용했다. 조금 후에 갑자기 한 마리의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진이가 박수를 한 번 치자 커다란 새 한 마리가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뒤이어 또 한 마리, 또 한 마리우리는 계속 박수를 쳤다. 숲은 순식간에 아주 떠들썩했다. 온통 새들과 새소리로 가득했다. 큰 새, 작은 새, 얼룩진 새, 까만 새 … 어떤 새들은 가지 위에 서서 지저귀고 또 어떤 새들은 날아가고 또 어떤 새들은 날개를 파닥했다. -바진의 수필 '새들의 천국' 중에서-

 

아시아 열대 지방에는 용수(榕樹)나무라는 상록수가 있단다. 바람에 강해서 방풍수로 식목하곤 하는데 가지에서 기근(氣根)이 내려 땅에 닿으면 지주근(支柱根)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겉에서 보면 커다란 숲처럼 보이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수많은 가지에서 내려 시작된 많은 뿌리들이 모여있는 한 그루의 나무라고 한다. 중국의 작가이자 소설 <가 家>의 저자 바진(巴金, 본명은 리페이간李芾甘, 바진은 필명, 1904~2005년)이 젊은 시절을 보냈던 광저우[廣州]에도 용수나무가 많았던 모양이다.

 

나룻배가 탑이 있는 동네로 흘러갈 때 나는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무성한 용수나무를 바라보았다. 나는 좀 아쉬웠다. 어제, 내 눈은 날 속였다. '새들의 천국'은 과연 새들의 천국이었다. -바진의 수필'새들의 천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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