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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우리시대 영웅, 멋진 남자, 노무현을 알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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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사람을 남자로 좋아했다. 두번 인터뷰했는데 가장 씩씩한 남자라고 생각했어. 남자다운 게 뭔가. 비겁하지 않은 거, 약점이 없는 게 아니고 잘못하면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꼼수 쓰지 않고 손해 봐도 그냥 간다. 나보다 남자다운 남자는 처음 만났다. 멋졌다. 그 남자.”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의 말이다. 이뿐이던가! 작년 모 시사주간지에서 전문가 집단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우리시대 영웅'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누르고 '우리시대 영웅'으로 등극했다. 

나는 왜 노무현을 좋아했을까? '노빠'라는 주위의 비아냥거림에도 불구하고 왜 노무현 팬클럽을 탈퇴하지 않았을까?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지지하는 정책보다 반대하는 정책이 더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그를 붙잡고 있었을까? 내게 김어준 총수의 반의반만 되는 말빨(?)만 있었어도 장황하게 설명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을텐데....멋진 남자. 이보다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싶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를 보면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모든 혼란과 반목은 다 노무현탓이라던 언론이 이제와서 그를 '우리시대 영웅'으로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 언론이 변했단 말인가? 그건 아니다. 어제 오마이뉴스를 보니 '제2의 노무현 재판'으로 불리는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 재판'에서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모건설회사 사장의 핸드폰 통화기록 관련 검찰 조서가 거짓으로 판명났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중요한 뉴스를 제도권 언론에서 본 적이 있는가? 여전히 언론을 믿지 못하는 이유다.

자기검열에 빠져있는 언론에게서 듣는 노무현 재평가란 무의미하다. 언제고 다시 숨겨둔 칼을 휘두를지 모르는 게 대한민국 언론이기 때문이다. 문득 책장을 뒤져보니 노무현 대통령에 관한 책들이 꽤 있다. 아주 오래돼 뽀얗게 먼지가 쌓인 책에서부터 서거 이후 발행된 책까지. 이 책들로 노무현 대통령의 진면목을 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노무현 대통령을 궁금해 하는 블로거들을 위해 몇 권 추려 소개하고자 한다. 

①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베스트셀러가 됐던 책이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기자가 2007년 가을 청와대에서 퇴임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을 3일간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인간 노무현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정치인 노무현이 언론과 가진 마지막 인터뷰였단다. 

나는 이 책이 출간되기 전 오마이뉴스 연재를 통해 읽은 바 있다. 오마이뉴스에 연재됐던 '인물연구 노무현'을 보완해서 책으로 다시 엮은 것이다. 언론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지고 언론의 왜곡으로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렸을 때 그가 겪었던 마음고생을 진솔하고 거침없이 보여준다.

이 책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노무현은 인간 노무현 뿐만은 아니다. 바보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민주주의 연구가 노무현, 사상가 노무현을 만날 수 있다. 

" 내가 민주주의를 하지 말았어야 했나요?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감이 없어진게 참여정부에서 권위주위를 해체하고 민주주의를 확장시켰기 때문일수도 있는데, 그럼 내가 그런것을 하지 말았어야 했나? 아, 미치겠어"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중에서-

②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

'살아있는 노무현' 유시민이 2002년 발간한 책이다. 잘 알다시피 유시민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위해 절필까지 한 사람이다. 그는 당시 정치인 노무현과 거대언론 조선일보의 불편한 관계를 풍부한 자료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유시민이 말하는 조선일보가 노무현을 싫어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노무현은 민주화 운동가이고, 개혁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노무현이 위선자이고, 경박하며, 빨갱이며, 김대중의 양자라고 비난한다. 결국 유시민은 노무현과 조선일보의 싸움을 '상식과 몰상식의 싸움'으로 규정하기에 이른다.

세월이 흘러 유시민의 지극히 편파적인(?)인 논조에 수긍이 가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 조선일보의 무지막지한 인신공격성 비난을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저는 조선일보 사장님 회장님처럼 그렇게 고상한 말만 쓰고 살지 않는지 모르지만, 그분들처럼 천황폐하를 모시고 일제에 아부하고, 군사독재 정권에 결탁해서 알랑거리고, 특혜 받아 가지고 뒷돈 챙겨서 부자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기회주의적인 인생을 살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이 땅에 가난하고 힘없고 정직한 사람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말을 고치는 것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시대 기회주의와 편의주의에 절은 그들의 사고방식은 결코 고칠 수 없습니다."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 중에서-

③이런 바보 또 없습니다. 아! 노무현

2009년 5월23일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는 수구기득권 세력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전국적으로 5백만이라는 인파가 장대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고 추모했기 때문이다.

[이런 바보 또 없습니다. 아! 노무현]은 이런 추모열기를 모아 각종 언론에 발표된 노무현 대통령 관련된 글 중에서 고인의 뜻을 잘 드러낸 글을 추려 발간한 노무현 대통령 서거 추모집이다.

앞서 소개한 김어준 총수의 멋진 남자, 노무현도 이미 이 책에 소개된 글이기도 하다. 노동자 시인 박노해의 서시 <우리는 '바보'와 사랑을 했네>로 시작하는 이 추모집은 노무현 대통령의 소탈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개인적으로는 수구언론이 400억짜리 '노방궁'이라고 왜곡보도했던 봉하마을 사저를 설계한 건축가 정기용씨의 추모글이 기억에 남는다.

"봉하마을 사저는 내가 설계했기 때문에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런데 항간에서는 '봉화아방궁'이라는 말로 날조해서 사저를 악의적으로 비하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나는 대통령에게 내가 나서서 기자회견을 해야겠다고 간청했다. 그러나 그래봐야 아무소용이 없으니 참으라고 하셨다." -[이런 바보 또 없습니다. 아! 노무현] 중에서

④10명의 사람이 노무현을 말하다


사실 이 책은 제대로 읽어보지를 못했다. 정독하지는 못하고 중간중간 관심있는 내용만 추려 읽었을 뿐이다. 조만간 정독할 생각이다. 아쉽지만 인터넷 서점에 있는 책 소개글과 영화배우 문성근의 책 속 글로 대신하고자 한다.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문성근, 문재인, 이정우, 정찬용, 정연주, 박원순 등 10명의 사람들이 노무현을 추억하면서 ‘노무현’이라는 이름에 담긴 시대 정신을 되새긴 기록. 우리 사회의 실천적 지식인, 정치인, 언론인, 시민운동가, 배우, 시인 등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민주개혁 인사들과 참여정부 사람들이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 우리사회의 민주주의, 진보의 미래’를 각 분야별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이분은 법률가죠. 그러면서 대단히 학자적인 풍모가 있습니다. 노 대통령은 이해되고 동의되고 옳은 것을 실천하려는 자세를 가졌던 사람, 또 그 과정에서 불의와 거짓과 위선에 대한 분노를 온몸으로 느꼈고, 절대 불의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용맹성을 갖고 있었던 분이 아닌가 합니다. …… 노무현 대통령은 독특한 분이에요. 분노를 계산하지 않고 느꼈다는 것이죠. 노무현이란 인간에 접근하려면 ‘분노’가 가장 중요한 핵심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언제 노 대통령을 등장인물로 하는 작품을 만들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그 배역을 할 재간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죠. …… 악역에 어떻게 접근하면 되는지를 알기 때문에 족벌신문 쪽 사람은 제가 가장 실감나게 연기하지 않을까……”  -[10명의 사람이 노무현을 말하다] 중에서-

⑤노무현과 국민사기극

내가 대학을 다닐 당시 신방과 학생들에게 전북대학교 신방과 강준만 교수는 그의 수업을 듣고 싶은 학생들이 많았던 꽤 인기있는 교수였다. 그는 이미 [김대중 죽이기]란 책으로 지식인의 현실참여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가 구린내나는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아니었다.

비록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로 돌아서긴 했지만 강준만 교수는 지역감정의 벽에 부딪쳐 깨지고 산산조각이 되어버린 노무현에게서 이미 미래의 대통령을 보았던 모양이다.

그는 수구언론이 연출하는 사기극,즉 지도자는 기존질서에 순응해야 하고 깨끗하고 곧은 사람은 이길 수 없다는 패배의식의 희생자로 노무현을 지목했다. 뿐이던가! 시민들도 수구언론의 프레임 속에서 지역감정은 망국병이라 말하면서도 이를 부추긴 정치인이나 언론 등은 금새 잊어버리곤 했다. 강준만 교수는 이 지역감정의 피해자로 또 노무현을 지목했다. 

이 책이 출간된 시점이 2001년 4월이니 어쩌면 강준만 교수를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 대열에 넣어야 하지 않을까? 

강준만 교수는 이 책의 초고를 어떤 분에게 보여주고 오해를 받았다고 한다. 노무현의 브레인 캠프 사람이 아니냐, 책을 팔아먹기 위해 머리 굴리는 사람이 아니냐고 말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조선일보가 아니다. 즉, 자신의 정체를 숨기면서 사람들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수법을 쓰는 사람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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