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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꼼이 보이는 아침햇살이 아름다운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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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백미는 어쩔 수 없이 남는 아쉬움이 아닐까? 자주 하는 여행도 아닌데 꼭 뭔가 빠뜨리고 마는 준비 소홀의 아쉬움, 부불었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여행지에 대한 아쉬움, 일상으로 돌아오기 싫은 마지막날의 아쉬움...여행은 늘 채움을 기다린다.

급하게 서두르다 카메라를 빠뜨린 게 그랬고, 불만서린 숙박시설이 그랬고, 돌아오는 날 뒷풀이가 그랬다. 장령산자연휴양림에서 1박2일의 꿈같은 시간이 못내 아쉬워 1월1일에 개장한 보문산 아쿠아 월드를 찾았는데 사람홍수 속에 입구에도 못 미쳐 되돌아와야했다. 그 어느 때보다 기대 가득했던 여행 뒷풀이였는데...

문명의 이기가 삶의 여유만 앗아가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요놈의 휴대폰 때문에 여행을 언제고 들춰볼 수 있는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게 되었으니 때로는 문명의 이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게 인간이지싶다. 


눈밭 속에서 붉디붉은 자태를 뽐내는 게 질투가 나서 이름도 모르고 그냥 찍었다. 요 녀석 이름이 궁금하다.

휴양관 앞에 실개천이 흐르는 게 옥천이 정지용의 고향은 맞나보다. '넓은 들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숙소 창문에 새겨진 정지용의 시 '바람'. 멀리 내다보이는 실개천과 어울려 낯선 여행객을 시인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키가 커서일까? 동쪽과 가까워서일까? 멀리 높은 산이 햇살을 기다리는 새끼 봉우리를 안쓰러이 내려다보고 있다.

산책로 틈새로 보이는 햇살 머금은 산이 신비롭게 보이는 건 여행객만이 느끼는 감상은 아닐런지...

누구든 아무도 걸어보지 않은 길을 밟고 싶어한다. 쌓인 눈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 길을 처음 걸었다고 했을텐데....

오르막이 있으니 시원스레 뻗은 내리막은 여행객의 쉼을 반겨준다. 돌계단이었으면 조금은 실망스러웠을텐데.... 

숲속 너머로 퍼지는 아침. 나는 지금 아침으로 들어가고 있다.

질서없이 흩어진 나무와 돌. 자연은 이렇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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