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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eu!! 2010 ② 여강여호, 에로스가 쏜 황금화살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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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를 읽다보면 늘 발가벗고 다니는 당돌한 꼬마 녀석을 한 명 볼 수 있다. 불그스레한 볼에 오동통한 배, 포동포동한 짧은 다리가 영락없는 여느 꼬마의 모습이다. 이 녀석은 등에 항상 활과 화살을 매고 다닌다. 대충 짐작하는 바, 이 꼬마는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아들 에로스다. 에로스가 매고 다니는 화살에는 한가지 비밀이 있다. 에로스의 화살은 그 촉이 납과 황금으로 되어 있는데 납화살에 맞으면 처음 눈에 띄는 상대에게 끔찍하리만큼 혐오감을 느끼게 되고 반대로 황금화살에 맞으면 상대방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끝없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에로스는 장난기가 하도 심해서 자기 마음에 들지 않은 이가 있으면 납화살과 황금화살로 골탕먹이는 재미를 즐기곤 했다. 특히 궁술의 신 아폴론은 에로스 화살이 가장 큰 피해자였다. 어느날 에로스는 아폴론과 서로의 활쏘기 실력을 자랑하던 중 아폴론의 어깨에 황금화살을 맞추고 말았다. 황금화살을 맞은 아폴론은 때마침 지나가던 강의 요정 다프네에게 홀딱 반해 버렸다. 장난기가 발동한 에로스는 다프네의 어깨에 납화살 하나를 명중시켰다. 둘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황금화살을 맞은 아폴론은 다프네에게 콩깍지가 씌여버렸지만 납화살을 맞은 다프네는 그런 아폴론이 끔찍이도 싫었다. 사랑을 쫓는 남자와 사랑을 거부한 여자의 추격전. 아폴론의 구애를 더이상 피하기 힘들었던 다프네는 강의 신에게 기도를 하고는 나무로 변해버렸다. 이 나무가 바로 월계수란다. 끝내 사랑을 얻지 못한 아폴론은 훗날 올림픽 경기를 만들고 승리자에게 월계수 잎으로 월계관을 만들어 머리에 씌워 주었다고 한다. 

올 한해 블로거로서의 생활을 정리하면서 아쉬웠던 기억을 되돌아보고 이제는 가장 행복한 순간을 더듬어 보려는 찰나, 에로스가 쏜 황금화살에 어깨를 맞고 말았다. 대신 신화 속 황금화살은 황금펜촉으로 바뀌어 있었다. 2010년 12월4주 베스트 view 블로거가 된 것이다. 


그동안 베스트 view 블로거들의 황금펜 마크를 부러움 반 기대 반으로 바라보곤 했었는데 부족한 나에게 이런 행운이 올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터라 황금화살을 맞은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다. 무엇보다도 글을 허투루 쓰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정작 공개된 내 글을 보자면 허접하기 이를 데 없는데도 꾸준히 읽어주고 댓글도 올려준 이웃 블로거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꾸벅(90도..^^..)

이제는 에로스의 황금화살을 맞은 아폴론처럼 여강여호도 이웃 블로거들을 향한 끝없는 사랑을 멈출 수 없게 됐다. 

게다가 베스트 view 블로거 소개란에 '문학을 통해 사회를 꼬집어 보는 블로거'라니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숨고 싶은 심정이다. 허접떼기 글에 이렇게 과한 칭찬을 들으니 말이다. 

어제는 밤새 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채 가시지 않는 흥분에 매서운 겨울 바람도 거뜬히 이겨내고 말았다. 그런데 아침에 퇴근해서는 어제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포스팅을 하려고 하니 어쩐지 어제까지처럼 술술 포스팅을 할 수가 없다. 황금펜촉 하나가  하루새 나를 이렇게 변화시키고 말았으니 그저 흥분하고 좋아할 일만은 아닌 듯 싶다. 그동안 베스트 view 블로거가 된 이웃들도 이런 심정이었으리라!

2010년이 저물어가는 문턱에서 나는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가장 행복한 순간을 경험했다. 이제는 한없이 행복했던 순간을 막중한 책임감으로 되돌리고자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이들과 책읽는 행복을 공유하고자 한다. 

방문해 주신 블로거님들!
감사합니다. 그늘진 곳을 더 사랑한 예수와 함께 하는 따뜻한 크리스마스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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