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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치과에 갔다 본 조선일보가 불편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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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늦으막하게 뺀 사랑니 때문에 평생 몇 번이나 갈까 싶었던 치과를 제집 드나들 듯 하고 있다. 사랑니의 압박으로 어금니는 이미 충치로 변했고 물을 마실 때마다 시려오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치료하자니 사랑니 뺀 자리가 워낙 큰 탓에 아물 때까지 임시치료만 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그 지긋지긋했던 치통을 참아온 내가 참 바보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내가 다니는 치과는 늘 환자들로 북적인다. 근처에 큰 치과도 많고 그리 넓지 않은 아담한 동네치과인데도 말이다. 치료를 잘 하던지 모든 직원이 친절하던지 무슨 이유가 있어서겠지 싶다. 늘 환자가 많다보니 적게는 30분에서 많게는 1시간 이상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누구나 그렇듯 이 무료한 시간을 죽이는 데는 TV를 보거나 신문을 읽는 수밖에 없다. 나는 TV는 선택권이 없어 대개는 신문을 보며 차례를 기다린다. 

이 치과를 방문할 때면 나는 집에서 신문을 챙겨간다. 이 치과에는 조선일보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조선일보를 보지 않는다. 너무 편협해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내 영혼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다. 다행히 환자들 대부분도 TV만 볼 뿐 신문 읽는 걸 보지 못했다. 오늘은 급하게 서두른 탓에 신문을 챙겨가지 못했다. 마지못해 몇 년만에 조선일보를 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고 말았다. 물론 1면 헤드라인 기사만 보고 더 이상 넘기지는 않았다. 헤드라인만으로도 너무 불편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안보불감증? 번지수가 틀렸다

"선생님이 그러는데...북한 짓 아니래요" 헤드라인 제목이 벌써 무슨 기사일지 짐작케 했다.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조선일보와 한국교총이 서울시내 초·중·고교생 1240명을 대상으로 국가와 안보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43%의 학생들이 연평도 피격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또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서도 36%의 학생이 북한 소행이라는 답을 적어내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저러한 설문조사 내용을 토대로 우리 사회의 안보 불감증과 부실한 안보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 우리나라의 주적을 묻는 질문에 미국이나 한나라당, 현정부라고 답한 내용이나 6.25 전쟁의 원인을 미국이나 이승만이라고 답한 내용에 대해서는 틀린 답이라고 단정해 버린다. 

아마도 조선일보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연평도 피격과 천안함 침몰의 원인, 대한민국 주적, 6.25 전쟁의 원인에 대해 100% 북한이라는 대답을 원했던 모양이다. 하기야 체육관에서 99%지지로 당선된 전두환을 위대한 영도자로 찬양하는 신문이니 이해해 줄만도 하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대한민국 보수는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면서도 북한을 철천지 원수 대하듯 하면서도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기대하고 강요한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 이름이 '이명박'이라는 사실을 우리 국민 100%가 다 알까? 코카콜라와 이명박 대통령 중 어느 쪽의 인지도가 더 높을까? 의외의 대답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민주주의다. 눈에 보이는 사실도 완벽한 일치를 보기 힘들진대 논란이 되는 사항에 대해 100% 동일한 대답이 나온다는 건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조선일보가 정작 지적해야 할 안보불감증은 청소년들이 아니다. 조선일보가 제대로 된 보수라면 이미 8월에 북한의 공격 징후를 포착하고도 대비를 못한 현정부의 안보불감증을 비판해야 옳다. 그게 순서다. 또 안보 최일선을 경험해 보지 못한 논란거리 많은 군면제자들이 현정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을 비판해야 한다. 그게 또 순서다.

조선일보는 정말로 대한민국 안보를 걱정해서 이런 기사를 머릿기사로 올린 것일까? 아니다. 정치적으로 안보를 이용하는 것 뿐이다. 안보는 정적을 내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조선일보가 걱정한 것은 안보불감증이 아니다


다시 말하거니와 이 기사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그들만의 결론을 도출해 내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기사 말미에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다. 조선일보가 정작 하고 싶은 말이다. 기사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한 중2 학생은 답안지에 "영어선생님이 그러는데 북한이 한 짓이 아니며 (지방)선거 때는 이런 일이 항상 일어난다고 한다"고 썼다. 일부 좌파 진영의 주장을 학생들이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것이다.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교과과정에 북한에 대한 동족(同族) 의식만 강조한 나머지 북한으로부터 나라를 지킨다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에서 제대로 된 안보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것은 10년도 더 됐다"며 "6월 호국·보훈의 달이면 열던 안보글짓기 대회, 그림그리기 대회 등도 사라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전교조를 짓밟아야 하고 햇볕정책을 불구로 만들어야 한다. 그들이 말하는 소위 '잃어버린 10년'의 부활이 두려운 것이다. 그들은 이명박 정부가 안보불감증에 빠져있든 서민들을 나락으로 빠드리든 상관없다.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이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는 것이다. 

햇볕정책을 추진했던 국민의 정부 연평해전 당시 우리 군은 북한의 공격에 즉각적인 대응으로 북한 초계함을 격침시켰다. 대북강격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북한의 연평도 피격에는 늑장 대응으로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과연 어느 정부가 안보에 무능한지 국민은 알고 있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피격 사건을 계기로 물만난 고기마냥 과거 정부와 진보세력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는 조선일보에 연민의 정마저 느껴진다.

시린 이를 치료하러 치과에 갔다 불편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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