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10월 책읽기, 과식했지만 알찬 한 달이었다

반응형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10월이면 더 정확히 얘기하면 10월 마지막 날이면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노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다. 헤어진 연인들의 가슴시린 심정을 노래한 이 노래가 30년 가까이 10월의 대표곡이 된 데는 가을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이 겹치기 때문이 아닐까?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저물어 가는 가을, 10월에 읽었던 책 중에 앞으로 살게 될 내 인생에서 이용의 [잊혀진 계절]만큼이나 잊혀지지 않을 책이 있을까? 애초에 4권을 목표로 했는데 정리해 보니 8권이나 된다. 다독만큼이나 정독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의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나름 열심히 살았구나 싶어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10월에 읽었던 책들을 정리해 보았다.

신화에서 길을 찾다

신화읽기를 좋아한다. 역사에 관심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신화 관련 책들과 친해졌다. 정사로서의 역사와 야설이라 할 수 있는 신화가 무슨 상관이 있겠냐 싶겠지만 신화는 주류 역사가 외면한 일반 민중의 삶과 정신이 오롯이 녹아들어 있다는 점에서 역사의 또다른 기록이 아닐까?

이윤기 선생의 마지막 신화 이야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제5권은 아르고 원정대의 황금 양털가죽을 되찾기 위한 모험에서 신화의 메타포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헬레니즘 문화의 영웅 알렉산더 대왕 이야기가 비중있게 실려있는 [페르시아 신화]에서는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다. [이솝 우화집]에 등장한 의인화된 동물들을 통해서는 삶의 지혜를 배웠다. 또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삼국유사]에 실린 설화적 기록들에서 역사 속 영웅들에 대한 또다른 일면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특히 그리스 신화와 페르시아 신화, 한국신화에 공통적으로 실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사는 세상에는 피부색, 언어, 종교적 차이 등에도 불구하고 사람냄새 하나만은 매 한가지라는 것을 배웠다. 마음을 조금만 열면 이 조그마한 지구촌을 지배하고 있는 갈등과 반목도 어울림의 물로 씻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문고의 매력에 빠지다

주머니 속의 책, 문고. 나에게 책읽기의 즐거움을 처음으로 선사했던 책이 문고다. 끈질기게 자리를 지키는 인내가 부족한 나로서는 문고만한 책이 없었다. 책읽는 재미를 알아가는 지금까지도 문고는 여전히 즐겨찾는 책 중의 하나다.

10월에는 몇 년째 책장 한가운데를 삐딱하게 지키고 있던 2권의 문고, [수필]과 [윤동주 시집]을 읽었다. 수필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야 할 피천득의 [수필], 소소한 일상에 대한 가벼운 터치가 가을과 가장 어울리는 책이 아니었나싶다. 저항시인 윤동주의 [윤동주 시집]. 저항시인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바라본 그는 인간미 물씬 풍기는 친구의 모습이었다. 동시처럼 아기자기한 윤동주의 시들을 처음 접하면서는 교과서 밖에 있던 아름다움을 놓친 어린 시절이 아쉽기만 했다.

 
 

철학, 그 심오함에 도전하다

한때 플라톤 철학을 좋아했다. 신화적 내용들이 많아서인지 자주 읽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어렵다. 행간을 읽다보면 철학적 기초지식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신화 이야기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까만 글자 뿐이었다. 그래서 도전하게 된 것이 철학소설이다.

볼테르의 [깡디드]는 빠른 전개와 그리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로 철학소설을 읽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는 안성맞춤의 철학서가 아닌가싶다. [깡디드]를 직접 읽어보는 수고를 계속 아껴왔더라면 언젠가 들어봤던 '우리는 우리의 뜰을 경작해야만 한다.'라는 말의 의미를 영원히 모를 뻔 했다. 지금은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읽는 중이다.

 

 

베스트셀러의 편견을 깨다

나는 책읽기 편식이 심하다. 아니 심했다. 특히 베스트셀러에 대한 편견은 다른 분야는 차치하고라도 책세상에서만은 현실적 감각을 무디게 만들었다. 베스트셀러에 대한 조작되고 조장된 이미지가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었다. 그렇다보니 베스트셀러는 내 독서목록에서 제외시켜 버리곤 했다. 똥고집이었다.

[신과 다윈의 시대]는 이런 나의 책읽기 편식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책이었다. 많은 독자들이 찾을 만한 이유가 있었구나. 내친김에 장하준 교수의 베스트셀러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다음달이면 장하준 교수의 책 중에서 최소 한 권의 책은 서평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책읽기 편식이 누그러졌다지만 경제 관련 책이라니 무모한 도전은 아닐지 걱정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10월에 읽었던 책들을 분류해서 정리해 보니 생각보다 알찬 한 달을 보냈구나 싶다. 11월에는 다독보다는 정독에 중점을 두어볼까 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