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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신화 일반

이보다 더 순박할 수는 없다. 줄루 족 창조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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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과 총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무슨 이런 어리석은 질문을 할까 싶을 것이다. 뻔하다고? 하지만 창이 총을 이긴 적이 있었다. 그것도 처참하게. 1879 1 21일 총으로 무장한 영국군 1800명은 창과 도리깨 등으로 무장한 4만 명의 줄루 족 전사들에게 대참패를 당했다. 그야말로 영국은 물론 유럽 대륙이 큰 충격에 빠졌다. 이것이 바로 영화화되기도 했던 줄루 족과 영국군간의 이산들와나 전투였다. 하지만 줄루 족은 이 전투로 많은 영국군 총을 획득했지만 그 사용법을 몰라 결국 2차 전투에서 대패하면서 몰락했다고 한다

 

 

 ▲창이 총을 이겼던 이산들와나 전투. 출처>구글 검색

 

 

 

줄루(Zulu) 족은 아프리카 원주민의 하나로 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살고 있다. 유럽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주류였던 줄루 족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백인들의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 하에 삼등 시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세계적인 인권운동가 넬슨 만델라를 주축으로 한 인종차별반대 운동이 확산되면서 현재는 다른 시민들과 함께 평등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올림픽이나 아신안 게임 등 국제적인 스포츠 경기가 열릴 때면 자주 듣는 도핑(Doping)이란 말도 줄루 족에서 유래되었는데 줄루 족 전사들이 전투 전에 용맹성을 높이기 위해 마셨던 알코올성 음료라고 한다.

 

 

 

신과 인간과 대지의 모든 것들은 갈대에서 태어났다

 

 

 

줄루 창조신화는 남아프리카에 위치한 토착종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줄루 족 원주민들은 창조신 운쿨룬쿨루(Unkulunkulu)를 숭배했다. 줄루 창조신화에 따르면 인간을 비롯하나 창조물들이 배회하기 전에 대지는 어둠뿐이었고 씨앗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그 씨앗은 대지 깊숙이 들어가 갈대로 자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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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틀랑가(Uthlanga)’라고 부르는 이 갈대는 모든 것의 근원이었다. 천천히 자라난 갈대에서 남자가 태어났다. 그가 바로 줄루 족 창조신 운쿨루쿨루였다. 그는 만물의 창조자였고 갈대가 커질수록 그는 점점 더 무거워졌다. 마침내 그가 완전히 자라서 갈대를 찢고 땅으로 떨어졌다. 그는 갈대숲을 배회하면서 다른 갈대들이 남자와 여자를 낳는 것을 지켜보았다.

 

 

 

운쿨룬쿨루는 계속해서 갈대들로 소와 새 그리고 모든 동물을 창조했다. 갈대로 대지의 생명체를 창조한 운쿨룬쿨루는 산과 호수와 계곡, 바람, , 태양, 달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운쿨룬쿨루는 갈대 인간들에게 사냥하는 법과 불을 만드는 법 그리고 그들의 자아를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인간이 한없이 나약한 것도 갈대로 만들어진 까닭은 아닐까 싶다.

 

 

 

순박하기 그지 없는 줄루 족 기원신화

 

 

 

한편 줄루 족 신화에는 태초부터 존재했던 움벨린캉기(Umvelinqangi)라는 신이 있었는데 하늘의 왕이었다고 한다. 움벨린캉기는 모든 것, 근원적인 것들의 원천이다. 즉 인격화되지 않은 신이다. 움벨린캉기는 하늘에 큰 외양간을 짓고 많은 소를 길렀다고 한다. 어느 날 움벨린캉기는 자신이 사랑하는 소 등에 올라타 장난을 치고 있는 사내를 보았다. 이 사내의 말썽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참다 못한 움벨린캉기는 장난꾸러기 사내를 지상으로 내려 보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움벨린캉기는 하늘에 구멍을 뚫어 지상으로 탯줄을 내려 사내에게 타고 내려가라고 명령했다. 하늘의 왕의 명령이라 사내도 마지못해 탯줄을 타고 지상으로 내려갔다. 당초 걱정했던 것과 달리 대지는 풍요 그 자체였다. 사내는 갈대를 꺾어 탯줄을 자르고 땅에 정착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혼자 남겨진 터라 사내는 하루하루가 무료하기 짝이 없었다. 어느 날 사내가 바나나 나무 그늘 아래서 피곤하게 누워있는데 움벨린캉기가 뚫린 하늘 구멍을 통해 이 모습을 목격했다.

 

 

 

하늘에서의 말썽 때문에 땅으로 쫓아버리기는 했지만 혼자 이렇게 누워있는 모습을 본 움벨린캉기는 왠지 사내가 애처롭게 느껴졌다. 움벨린캉기는 사내에게 짝을 만들어 주기로 작정하고 하늘에서 가장 아름다운 처녀를 골라 지상으로 내려 보냈다. 잠에서 깬 사내는 이 여인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고 주변에 있는 갈대를 꺾어 처녀의 허리에 묶여있던 탯줄을 잘랐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움벨린캉기는 탯줄을 거둬 들인 뒤 하늘 구멍을 막아 다시는 하늘을 바라다 보지도 땅을 내려다보지도 않게 만들었다고 한다.

 

 

 

풍요로운 대지에 단 둘이 남은 사내와 처녀는 백년가약을 맺고 자손을 불려나갔다. 이 사내와 처녀의 후손들이 바로 지금의 줄루 족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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