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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로마

모네타 여신과 돈(Money)의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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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과 영화를 누렸던 로마가 가장 치욕적으로 생각하는 전쟁이 있었다. BC 390년 브렌누스가 이끄는 갈리아족이 로마를 공격해 왔다. 잇단 패배에 수많은 로마 귀족들은 이웃 나라로 피신했고 갈리아족 군대는 급기야 로마 시내까지 쳐들어왔다. 만리우스 카피톨리누스(Marcus M. Capitolinus Manlius) 장군을 필두로 로마 군대는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인 카피톨리누스 언덕에 최후의 방어진을 꾸렸다.

 

 

 

갈리아족 군대는 밤을 틈타 카피톨리누스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 때 어디선가 꽥꽥대는소리와 함께 날개를 퍼덕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 요란한 소리 때문에 로마 군대는 갈리아족 군대의 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로마를 구한 이 요란한 소리는 유노(Juno, 그리스 신화의 헤라) 여신 신전에서 기르던 거위였다. 이 때부터 로마 시민들은 유노 여신을 모네타 유노(Moneta Juno)’ 라고 불렀다고 한다. ‘경고하는 유노라는 뜻이다.

 

 

▲모네타 여신이 새겨진 로마 시대 동전. 출처>구글 검색

 

 

한편 유노 신정의 거위와 달리 카피톨리누스를 지키던 개들은 갈리아족의 공격을 제대 경고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을 받았다고 한다.

 

 

 

모네타(Moneta)는 로마 신화에서 경고의 여신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대개는 유노의 별칭으로 사용되었다. 개념이 의인화된 경우다. 그런데 경고의 여신 모네타가 오늘날 돈을 뜻하는 영어 머니(Money)의 어원이 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초기 로마의 강력한 적수였던 에페이로스의 왕 피로스(Pyrros, BC 309 ~ BC 272)가 이탈리아에 제국을 건설한 야심을 품고 로마를 공격해 왔다. 당시 로마는 재정적으로 무척 힘든 상황이었다. 할 수 없이 로마인들은 유노 모네타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다행히 유노 신전에서 내린 신탁은 정의로운 전쟁을 한다면 절대로 돈이 모자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모네타 여신이 새겨진 19세기 미국의 50달러 지폐. 출처>구글 검색

 

 

비록 전쟁에서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우려했던 만큼 재정적 어려움은 피했다고 한다. 오히려 피로스 군대는 승리했음에도 손실이 커서 피로스의 승리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 전쟁이 끝나고 로마는 유노의 신탁을 기념하기 위해 이곳 유노 모네타 신전에 조폐소를 세웠다. 모네타가 돈(Money)의 어원이 된 것은 여기서 기인한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위대한 재물돈이 그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면 파멸에 이르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돈의 속성은 모네타 신화를 둘러싼 다른 역사적 사실에서도 볼 수 있다.

 

 

 

갈리아족이 물러나고 로마는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하지만 국외로 피신했던 로마 귀족들은 전쟁이 끝나자 다시 돌아와 고리대금을 통해 그 동안 입었던 손실을 복구하려 했다. 이 때 카피톨리누스 언덕에서 로마를 지켰던 만리우스 카피톨리누스가 평민들을 지키기 위해 로마 귀족들과 맞섰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저택까지 팔아 평민들의 빚을 대신 갚아 주었다. 하지만 로마 귀족과 원로원의 눈엣가시가 된 만리우스 카피톨리누스 장군은 반역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고 타르페이아 바위에서 던져졌다.

 

 

 

그 후 만리우스 카피톨리누스 장군이 살았던 집 자리에 유노 모네타 신전이 지어졌고 또 시간이흐른 후 그 자리에 조폐소가 들어섰다. 재산을 지키기 위해 국가적 위기 상황을 외면했던 로마 귀족들과 귀족들의 횡포에 고통 받는 평민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집까지 팔았던 만리우스 카피톨리누스 장군의 경우에서 돈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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