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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일본

가구쓰치, 이보다 더 강력한 탄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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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신 가구쓰치(カグツチ, Kagutsuchi)의 또 다른 이름으로는 <고사기>에 등장하는 히노가가쓰치와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호무스비가 있다. 일본 신화에서 가구쓰치는 이자나기와 이자나미 사이에서 태어났다. 불의 신이어서일까 가구쓰치가 태어날 때 이자나미의 음부에 불이 붙었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아내를 잃은 이자나기는 슬픔에 빠졌고 오메노오하바리(天之尾羽張)라는 그의 칼로 자신의 아들인 가구쓰치를 죽이고 말았다. 이자나기의 패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자나기는 가구쓰치의 시신을 8조각으로 절단했다. 절단된 가구쓰치의 몸에서 각각 8개의 화산의 신이 태어났다고 한다. 한편 이 때 이자나기의 칼에서 떨어진 피에서 바다의 신 와타쓰미와 비의 신 구라오카미 등 8명의 신이 또 탄생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재탄생한 불의 신 가구쓰치. 출처>구글 검색


일본 신화에서 가구쓰치의 탄생은 우주 창조의 종착점이자 새로운 죽음의 시작을 의미한다. 고대일본의 법률과 민속을 정리한 책 <엔기시키>에 수록된 이 신화에서 이자나미는 죽음의 고통 속에서 물의 신 미츠하메를 낳았는데 폭력적인 불의 신 가구쓰치를 진정시키기 위해서였다. 즉 불과 물은 상극이지만 늘 같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메타포가 아닐까. 가구쓰치 신화는 전통적인 소방 도구에 관한 언급도 포함하고 있다. 즉 물을 담는 양동이와 젖은진흙, 불을 끄는데 쓰는 수중 갈대 등.

 

강력한 탄생신화 때문인지 일본에서 가구쓰치는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등장하는데 강력한 힘을 가진 캐릭터나 무기의 이름으로 가구쓰치가 많이 등장한다. 국내에 들어온 게임에서는 카구츠치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한편 불의 신 가구쓰치는 헤이안 시대인 940년부터 시작된 불과 밤의 축제 히츠마리 축제에서 숭배되는 신들 중 한 명이다. 또 교토 근처 아타고 산에는 가구쓰치를 포함한 불의 신들을 기리는 신사도 있는데 불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부적을 얻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숭배자들이 모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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