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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북유럽

북유럽 최고의 사랑꾼, 프레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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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신들은 인간처럼 선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악마의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북유럽의 신 프레이르(Freyr)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가장 사랑 받는 신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은 주저하지 않고 프레이르를 꼽을 것이다. 프레이르가 이렇듯 최고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레이르는 바니르(Vanir) 신족 출신이다. 북유럽 신화에는 2개의 신족이 등장하는데 바로 프레이르가 속한 바니르 신족과 에시르(Aesir) 신족이다. 바니르 신족이 풍요의 신들이라면 에시르 신족은 전쟁의 신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프레이르가 풍요와 평화를 상징하는 신이 된 것은 당연하다. 프레이르는 또한 태양과 깊은 관련이 있는데 수많은 문명과 문화를 거치면서 태양 신은 각각의 판테온에서 최고신이거나 최고신에 준하는 지위로 인식되곤 했다. 고대 시가에서도 프레이르는 많은 신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언급될 정도로 유명했고 가장 사랑 받는 신이기도 했다

프레이르와 황금돼지 굴린부르스티. 출처>구글 검색


가장 사랑 받는 신어서일까 아니면 이래서 가장 받는 신이었을까. 프레이르는 대개 흩날리는 긴 머리카락을 가진 정력이 넘치는 근육질의 남성으로 묘사되고 있다. 프레이르를 묘사한 그림에서 그는 한 손에는 칼을 쥐고 있고 다른 손으로는 거대한 황금 털을 가진 돼지 굴린부르스티(Gullinbursti)의 고삐를 잡고 있다. 프레이르는 바다 신의 아들이기도 했고 그 스스로가 태양 신이었기 때문에 그를 소개한 고대 문학작품에서도 이런 두 가지 특징이 동시에 묘사되어 있다. 어떤 그림에서는 사슴 뿔을 쥐고 있는데 여러 신화에서 뿔은 풍요를 상징한다. 또 풍요의 신으로서 프레이르는 거대한 성기를 가진 남성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북유럽 신들처럼 프레이르도 거인이었는데 어머니의 핏줄을 타고난 탓이다. 숲의 여자 거인이었던 스카디(Skadi)와 바다의 신 뇨르드(Njord)가 그의 부모다. 프레이르는 또한 사랑과 미의 여신 프레이야(Freya)와는 쌍둥이 남매 사이다. 프레이야는 프레이르와 함께 풍요의 신이기도 했지만 오빠와는 달리 죽음과 전쟁을 관장하는 신이기도 했다. 한편 프레이르와 프레이야의 어머니가 스카디로 알려졌지만 또 다른 설에 따르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뇨르드의 누이라고도 한다. 즉 프레이르에게는 어머니이자 고모인 셈이다. 남매 지간의 이런 결혼은 북유럽 신화에서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니었다.


프레이르가 태어났을 때 그는 노르웨이의 전통인 첫 치아를 기념하는 선물을 받았다. 그 선물은 바로 알프헤임(Alfheim)이었다. 알프헤임은 세계수 이그드라실(Yggdrasil) 9개 세계 중 하나로 요정들의 고향이기도 했다. 이것이 프레이르가 알프헤임의 지도자가 되었다는 뜻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알프헤임이 프레이르의 거주지였다는 것은 확실하다. 뿐만 아니라 프레이르는 평생 동안 다양한 신의 보물들을 소유하게 되는데 이런 이유로 프레이르는 부를 상징하는 신으로 불려지기도 했다


프레이르가 갖게 된 신의 보물 중 최고는 역시 스키드블라드니르(Skithblathnir)라는 배()였다. 이 배는 늘 순풍을 불러왔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접어서 보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스키드블라드니르 덕분에 프레이르는 쉽게 바다를 항해할 수 있었다. 또 앞서 언급했듯이 황금돼지 굴린부르스티가 끄는 마차도 소유하고 있었다. 특히 황금돼지 굴린부르스티는 가는 곳마다 평화를 불러왔다고 한다


프레이르에 관한 이야기 중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역시 러브스토리이다. 에시르 신족과 바니르 신족 간의 전쟁이 끝난 후 평화협정의 조건으로 프레이르는 에시르 신족의 인질이 되었다. 어느 날 프레이르는 이그드라실 아홉 세계를 모두 볼 수 있는 오딘의 왕좌에 앉게 되었다. 그곳에서 프레이르는 아름다운 거인 게르드(Gerd)를 보게 되었다. 프레이르는 게르드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는 그이 신하 중 한 명이었던 스키르니르(Skirnir)를 게르드에게 보내 프로포즈를 했다. 프레이르는 끈질긴 구애 끝에 게르드의 아버지인 거인 기미르(Gymir)로부터 결혼을 승낙받았다. 단 기미르가 요구한 신의 선물들을 바쳐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스키르니르는 그의 주인 프레이르에게 필요한 보물들을 요청했다. 스키르니르는 말과 검을 포함한 많은 보물들을 가져갔고 게르드에게 줄 황금 사과와 황금 안장도 가져갔다. 오랜 여정 끝에 다시 게르드를 찾은 스키르니르는 프레이르를 대신해 프로포즈를 했다. 하지만 게르드는 수많은 선물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스키르니르가 꺼낸 마지막 카드는 주인 프레이르가 준 검이었다. 그는 검으로 게르드를 찌르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게르드는 이 협박 때문에 프레이르의 청혼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스키르니르는 돌아와서 프레이르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협박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결혼을 허락한 사실은 빼고. 하지만 프레이르가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했던 스키르니르에게 주었던 그 칼은 마법의 검으로 결국 자신을 지켜 줄 최고의 신물을 사랑 때문에 포기한 대가로 프레이르는 세상의 종말인 라그나로크(Ragnarok) 때 불의 거인 수르트(Surt)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어쩌면 그는 연인 게르드를 자신의 목숨보다 더 사랑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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