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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아이테르, 신들이 사는 곳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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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에게서 에레보스와 어두운 밤이 생겨나고 밤에게서 다시 아이테르와 낮이 생겨났으니 밤이 에레보스와 사랑으로 결합하여 이들을 낳았던 것이다.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 '도서출판 숲' 중에서-


전 세계 모든 신화 속 세상의 구조는 하늘과 땅과 지하로 구성되어 있다. 하늘 즉 천상의 세계는 신들이, 땅은 인간이, 지하 세계는 죽음의 신들이 살고 있다. 그렇다면 신들이 거주한다는 하늘 즉 천상의 세계는 정확히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저 머나먼 우주까지를 포함하는 것일까? 인간의 눈으로 보이는 하늘까지일까? 대기 어딘가에 인간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의외로 가까운 곳에 살고 있지는 않을까? 신화를 읽다보면 가장 궁금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신들은 거처다.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서 어둠의 신 에레보스와 밤의 신 닉스 사이에서 태어난 신이 대기의 신 아이테르(Aether)와 낮의 신 헤메라이다. 여기서 아이테르가 바로 신들이 사는 곳으로 빛나는 공기의 상층부를 의인화한 신이다. 아이테르는 인간이 호흡하는 하층의 공기와는 다른 개념이다. 오늘날 물리학이나 화학에서 말하는 에테르(Ether)의 어원이 된 신이 빛나는 창공의 신 아이테르이다. 


사자 거인과 싸우는 아이테르. 출처>구글 검색


헤시오도스의 기록과 달리 오르페우스교에 따르면 아이테르는 시간의 신 크로노스와 숙명의 여신 아난케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카오스와 어둠의 신 에레보스도 이들의 아들로 아이테르와 카오스 에레보스는 형제지간인 셈이다. 


한편 기원 전후에 활동했던 로마의 작가 히기누스(Hyginus)는 그의 저서 <이야기Fabulae>에서 태초의 신들에 관한 전혀 새로운 주장을 했다. 아이테르와 헤메라가 어둠과 밤의 신 헤레보스와 닉스 사이에서 태어난 남매가 아닌 카오스로부터 태어난 형제지간이라는 것이다. 즉 대기의 신 아이테르, 어둠의 신 에레보스, 낮의 신 헤메라, 밤의 신 닉스가 카오스의 아들들이라는 것이다. 이후 대기와 낮(아이테르와 헤메라)이 결합해 대지와 하늘과 바다(가이아와 우라노스와 탈라사)를 만들었다고 한다.


요컨대 신들이 사는 곳 즉 제우스가 지배하는 신역은 구름 위 늘 푸른 창공 어딘가이지 않을까. 그곳(아이테르)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하늘의 빛을 형상화한 표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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