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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디오니소스 ③펜테우스의 죽음과 주취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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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서울장 여관 방화범을 두고 다시 주취감형 논란이 일고 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매매를 거부한 여관에 앙심을 품고 불을 질러 무려 6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특히 방화범 본인이 술에 취해 저지런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주취감형을 받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뉴스가 보도되자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주취감형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 '나영이 사건'의 범인 조두순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감형을 받아 출소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누리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주취감형을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적당힌 마신 술은 약이 된다고도 한다. 일상과 업무 중에 받은 스트레스를 술로 풀기도 하고 기쁨을 나눌 때도 술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물론 적당히 마실 때의 경우다. 하지만 술은 기본적으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특히 술은 사람의 절제력을 급속히 감소시킨다. 술에 취하면 자기 절제의 통제를 벗어나게 된다. 소위 필름이 끊어졌다고 표현하는 블랙아웃 상태가 되면 대개는 술주정으로 볼성 사나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심하게는 범죄까지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주취가 감형의 사유가 된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판결일까? 주취감형 논란을 좀 더 살펴보기 전에 술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신화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광기에 빠진 어머니와 이모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펜테우스. 출처>구글 검색


신화는 메타포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Dionysus)가 자상하고 인자한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리스 신화 속 어느 신보다도 잔혹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술의 이중성에 대한 메타포일 것이다. 잔인한 술의 피해자는 테바이의 왕 펜테우스(Pentheus)였다. 족보를 따져보면 펜테우스와 디오니소스는 사촌지간이다. 하지만 그들의 만남은 악연이었고 끔찍한 결말로 이어졌다. 


펜테우스는 디오니소스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았다. 주위의 경고와 예언도 무시할 정도로. 특히 테바이의 그 유명한 예언자 테이레시아스(Teiresias)의 경고조차 무시했다. 펜테우스가 디오니소스 교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자료가 없다. 어느 날 펜테우스는 디오니소스 교의 여신도들이 신성한 의식을 행하고 있는 키타이론 산으로 가서 그들의 의식을 엿보게 된다. 술의 신이 교주인만큼 의식은 흥분과 광란 그 자체였다. 이 때 하필 펜테우스의 어머니가 의식을 엿보고 있는 펜테우스를 발견한다. 


술의 광기에 사로잡혀 있는 어머니에게 펜테우스는 애지중지했던 아들이 아니라 들판을 헤집고 다니는 멧돼지였다. 어머니와 이모들을 비롯한 디오니소스 교 여신들은 펜테우스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는 잔혹성을 보였다. 심지어 펜테우스의 어머니는 몸통만 남은 채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아들의 목을 잡아 뽑은 후 자랑하듯 주변 여인들에게 펜테우스의 목을 들어 보였다. 잔인한 디오니소스 교 신도들의 피해자는 비단 펜테우스만이 아니었다. 술의 광기에 빠진 신도들은 젖먹이 자식들을 먹어치우는 엽기까지 저질렀다고 한다.  

끔찍하게 죽어가는 펜테우스. 출처>구글 검색


법률상에 주취감형이란 용어는 없다고 한다. 정확한 표현은 주취감경인데 형법에는 14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아니하며 심신장애로 사물 변별과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자의 행위는 감경한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한다. 주취감경은 바로 위의 형법 조항을 들어 술에 취한 상태를 심신장애 상태로 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술에 취했거나 블랙아웃 상태가 되었을 때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모르진 않을 것이다. 말 그대로 술에 취해 자신은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주위 사람들로부터 충분히 조언과 경고를 받았을 것이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될 일이다. 음주로 생계수단인 운전면허가 최소되기도 한다. 그런데 음주 후 폭행이나 살인에 대해서 법의 선처가 있다는 것을 이해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주취감형 논란의 핵심이다. 우리 사회는 술에 관한 한 지나치게 관대하다. 하지만  주취 범죄 행위에까지 관대함이 적용된다면 법의 본질인 정의와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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