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화와 전설/그리스

디오니소스 ②미다스의 탐욕이 부른 재앙

반응형

그리스 신화▶디오니소스(Dionysus)가 프리기아의 왕 미다스(Midas)를 만난 적이 있었다. 흔히 우리가 '미다스의 손' 또는 '마이다스의 손'이라는 표현을 쓸 때 그 주인공이 바로 미다스 왕이다. 하는 일이나 사업마다 대박을 터뜨리는 사람을 두고 이런 말을 쓰는데 바로 디오니소스와 미다스 왕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디오니소스가 미다스 왕을 만나게 된 계기는 디오니소스의 스승 실레노스(Silenus) 때문이었다.


천하의 디오니소스의 스승이지만 각종 문헌이나 그림을 통해 전해지는 실레노스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그리스 신화 최고의 추남으로 평가받는 헤파이스토스는 저리 가라다. 머리카락이 몇 개 보이지 않는 대머리에 딸기코, 뚱뚱한 몸매에 배는 불룩 튀어나와 있다. 게다가 늘 고주망태의 모습이다. 실레노스가 원래 지혜로운 노인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외모다.


어느날 디오니소스가 음유시인이자 리라의 명수 오르페우스(Orpheus)를 잔인하게 죽인 트라키아 여인들을 나무로 만들어 버리고 티몰루스 산의 포도밭과 팍톨로스 강을 찾아가던 중 문득 뒤돌아 보니 스승 실레노스가 보이지 않았다. 술 때문에 대열에서 이탈했음이 분명했다. 알고보니 고주망태가 되어 온 동네를 활보하고 다니던 실레노스를 동네 주민들이 붙잡아 미다스 왕에게 데려갔다고 한다. 이 일로 인해 디오니소스와 미다스 왕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실레노스와 미다스 왕의 만남. 출처>구글 검색


미다스 왕의 원래 성품이었던지 아니면 한때 디오니소스교에 심취했던 적이 있기 때문인지 주정뱅이 실레노스를 극진히 대접했던 모양이다. 미다스 왕은 실레노스를 위해 열흘 밤낮을 연회를 베풀었다. 열하루째 되는 날 미노스 왕은 실레노스를 디오니소스에게 데려다 주었다. 디오니소스는 스승을 극진히 모신 미다스 왕에게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줄테니 얘기하라고 했다. 웬만큼 다 가졌을 미다스 왕이 말한 소원은 의외였다. 신화 읽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다 알겠지만 미다스 왕의 소원은 순탄치 않을 그의 운명에 대한 예고편이었다. 미다스 왕은 자신의 손이 닿는 무엇인든 황금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디오니소스는 그의 운명을 알면서도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신화의 메타포를 위해서.


앞으로 닥칠 재앙을 알수 없었던 미다스 왕은 그저 흥분될 뿐이었다. 실제로 그가 궁전으로 돌아가면서 만진 모든 것들이 황금으로 변했으니 말이다. 궁전에 도착해서는 기둥을 만졌더니 금새 궁전이 황금으로 변했다. 미다스 왕뿐이겠는가? 누구든 이 상황이라면 정신줄 제대로 잡을 수 없을 것이다. 미다스 왕의 희망과 흥분은 딱 여기까지였다. 저녁식사가 차려지고 빵을 집는 순간 빵이 먹기도 전에 황금으로 변해 먹을 수 없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술도 그 향을 음미하기도 전에 황금으로 변해 마실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제 그가 먹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황금이라는 거대한 희망 앞에 굶어죽게 된 것이다. 미다스 왕은 비로소 자신의 탐욕이 부른 재앙의 실체를 알게 된 것이다. 미다스 왕은 자신의 탐욕을 부끄러워하며 디오니소스에게 원래대로 되돌려 줄 것을 간절히 기도했다. 


미다스 왕의 기도를 들은 디오니소스는 강에 가서 머리와 몸을 씻으면서 탐욕에 눈이 먼 자신을 반성하라고 말했다. 미다스 왕은 디오니소스의 말대로 강물로 들어가 몸을 씻으면서 자신의 탐욕을 반성했다고 한다. 이 때 미다스 왕이 손을 씻은 강물에는 금조각들로 넘쳐났다고 한다. 요즘도 강에서 사금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이 때 미다스 왕이 씻은 손에서 나왔다고 한다. 금은 재산이기도 하지만 탐욕의 상징이기도 하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어찌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할 수 있겠냐마는 이 신화의 메타포(Metaphor) 정도야 실천하면서 살 수 있지는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신화의 메타포를 전혀 경험할 수 없는 삶이 우리네 인생은 아닐런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