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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가니메데스가 제우스의 동성애 상대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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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아도니스(Adonis), 나르키소스(Narcissus), 히아킨토스(Hyacinthos), 가니메데스(Ganymedes).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리스 신화를 대표하는 꽃미남들로 신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던 미소년들이다. 아프로디테가 사랑했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한 아도니스, 님페 에코가 짝사랑했던 나르키소스, 태양신 아폴론의 품에서 죽어간 히아킨토스, 빼어난 외모로 올림포스의 주인 제우스에게 납치까지 당한 가니메데스까지 아름다움이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버린 장본인들이다.


특히 가니메데스는 많은 예술가들의 영감을 자극해 다양한 작품들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또 제우스와 가니메데스, 이들의 사랑이 동성애냐 아니냐로 많은 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관대해지긴 했지만 제우스와 가니메데스의 사랑은 성인 대 성인이 아닌 성인과 어린아이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요즘으로 치면 범죄 행위에 속한다. 이들의 사랑과 이들의 사랑을 둘러싼 호사가들의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대 그리스 사회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우선 가니메데스(Ganymedes, 로마 신화의 카타미투스Catamitus)의 출생과 제우스의 가니메데스 납치 사건의 전말에 대해 살펴보자. 

▲독수리로 변신해 가니메데스를 납치하는 제우스. 출처>구글 검색


가니메데스는 트로이의 왕자다. 트로이 왕가의 조상 트로스(Tros) 왕과 강의 신 스카만드로스(Scamandros)의 딸 칼리로에(Callirrhoe)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일로스(Ilos), 아사라코스(Assaracus) 등과 형제지간이다. 또 다른 문헌에 따르면 가니메데스는 라오메돈(Laomedon)의 아들로 트로이의 마지막 왕 프리아모스(Priamos)와 형제지간이라고 한다.


가니메데스가 어렸을 때 이다(Ida) 산에서 아버지의 양떼를 돌보고 있다가 그의 아름다운 미모에 반한 제우스가 독수리로 변신해 올림포스로 납치했다고 한다. 그의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신의 반열에 오른 가나메데스는 그때까지 젊음과 청춘의 여신 헤베(Hebe)가 해왔던 신들의 연회에서 신들의 술 넥타르(Nectar) 따르는 일을 대신했다고 한다. 이 일로 헤베의 어머니인 헤라의 미움을 사기도 했다. 또 다른 설에 의하면 헤베가 헤라클레스와 결혼해서 가니메데스가 이 일을 대신했다고도 한다. 어쨌든 가니메데스의 미모가 뛰어긴 했나보다. 가니메데스 납치 사건은 제우스 말고도 여러 버전이 전해지고 있다. 

▲제우스가 에페보필리아?, 페도필리아?. 출처>구글 검색


전쟁의 신이자 아프로디테의 남편이었던 아레스와의 불륜 때문에 아프로디테에 의해 인간과만 사랑에 빠지도록 저주를 받은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가니데메스를 납치했다고도 하고, 크레타의 미노스 왕이 가니메데스를 납치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특히 가니메데스 납치 사건과 관련된 전설은 크레타 섬에서 많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혹자는 고대 그리스 시대 크레타 섬에서 만연했던 남성들 간의 동성애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동성애를 합리화하는 방편으로 신화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성애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고대 그리스의 분위기가 신화의 소재가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지금의 동성애 개념이 아닌 젊은이들을 민주시민으로 육성하기 위한 성인과 청소년간의 교육적인 관계라고 보는 개념이다. 


가니메데스를 납치한 제우스를 에페보필리아(Ephebophilia)로 보기도 하고 페도필리아(Pedophilia)로 정의하기도 한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흔히 성인 남성의 청소년에 대한 동성애를 세가지로 분류한다. 사춘기 청소년을 상대로 한 동성애인 헤페필리아(Hepephilia)를 기준으로 페도필리아는 사춘기 이전의 청소년을, 에페보필리아는 사춘기 이후 성인 직전의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인 남성의 사랑을 의미한다.


가니메데스 납치 사건을 두고 동성애에 관한 여러 의견이 분분한 이유는 고대 그리스 사회 자체가 동성애를 권장(?)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위에서 얘기한대로 당시의 동성애를 도시국가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보았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에라스테스(Erastes, 동성 성인 남성)와 에로메노스(Eromenos, 동성 연하 남성)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였던 크세노폰(Xenophon, BC430?~BC355?)은 가니메데스를 납치한 제우스가 소년의 육체가 아닌 정신을 사랑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성애자로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 출처>구글 검색


플라톤의 <향연>을 보면 소크라테스의 동성 연인으로 알키비아데스(Alkibiades, BC450?~BC404?)라는 미소년이 등장한다. 알키비아데스는 성인이 되어 아테네의 유명한 정치가로 성장하지만 국가를 넘나들면서 불륜을 저지르는 등 무절제한 생활로 펠로폰네소스 전쟁(Peloponnesian War, BC431~BC404)에서 아테네를 패배로 이끄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소크라테스와 알키비아데스가 바로 에라스테스와 에로메노스 관계인 것이다. 한편 가니메데스의 로마 신화 이름인 '카타미투스(Catamitus)'는 동성애 상대의 소년을 가리키는 '캐타마이트(Catamite)'의 어원이 되었다.


다시 신화 속으로 들어가 보면, 제우스의 사랑을 받았던 가니메데스는 훗날 물병자리라는 밤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바로 옆에는 가니메데스를 납치했던 독수리자리가 있다. 신들에게 넥타르를 따르기 위해 술병을 들고 있는 모습이렸다. 또 목성(제우스의 로마 신화 버전인 Jupiter의 영어식 이름인 주피터)의 여러 위성 가운데 유일하게 남성 이름이 가니메데스라고 한다. 천문학자 갈릴레이(Galilei, 1564~1642, 이탈리아)가 발견한 목성의 4대 위성은 이오(Io), 에우로페(Europe), 가니메데스(Ganymedes), 칼리스토(Callisto)로 모두 제우스의 연인들이었다. 물론 난봉꾼이었던 제우스의 연인들은 넷이 다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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