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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이집트

아툼이 홀로 천지창조가 가능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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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우라노스, 크로노스, 제우스로 이어지는 존속범죄의 실상은 그야말로 패륜의 극치였다. 복기하자면 이렇다. 우라노스는 가이아와 함께 티탄 신족을 낳았다. 하지만 우라노스는 자식을 낳자마자 타르타로스에 가두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 게다가 어찌나 성에 집착했던지 가이아와 떨어지지를 않았다고 한다. 결국 수천 명에 달하는 자식들을 낳았지만 낳는 족족 가이아의 자궁 즉 타로타로스에 가두곤 했다. 참다못한 가이아는 자식들에게 이런 남편을 응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때 유일하게 나선 자식이 바로 크로노스였다. 크로노스는 낫으로 아버지 우라노스의 성기를 엽기적인 만행을 저질렀다. 이 때 우라노스가 깜짝 놀라 가이아의 몸에서 떨어지면서 비로소 땅과 하늘이 분리되었다고 한다. 우라노스가 흘린 피가 바닷물과 만나 거품이 생기면서 아프로디테가 태었났다.

 

아툼은 자신의 그림자와 관계를 맺고 자식을 낳았다


폭력은 대물림된다고 했던가. 크로노스도 자식과의 관계가 순탄치 않았다. 크로노스는 자식을 낳자마자 삼켜버리는 엽기적인 행각을 보였다. 어쨌든 자식들을 살려야겠기에 크로노스의 아내 레아는 크로노스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막내 제우스를 낳았다. 제우스는 아버지보다 한 술 더 떠 아버지를 비롯한 티탄 신족과 전쟁을 벌여 승리함으로써 올림포스의 주인이 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을 것이다. 우라노스와 크로노스는 왜 자식들을 그렇게 학대했을까 하는 것이다. 반란을 일으켜 자신의 자리를 뺏았을까봐 우려됐기 때문에 애초에 싹을 잘라버릴 심상이었다. 신화 속 표현 방식이 좀 과해서 그렇지 역사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일 것이다. 신화가 괜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집트 신화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태초에 세상은 혼돈의 상태였다. 이집트 신화에서는 이 혼돈의 화신을 눈(Nun)이라고 한다. 이 공허한 상태에서 벤-벤(Ben-Ben)이라고 알려진 언덕이 솟아올랐다. 마치 피라미드 모양이었다고 한다. 창조신 아툼(Atum)은 바로 이 언덕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집트 신화에서 아툼은 태양신 라(Ra)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아마도 아툼은 스스로 창조되었던 것 같다. 이제 아툼은 스스로 더 많은 신들을 창조해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신의 세계라지만 상대가 없이 어떻게 후손을 낳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것이다. 한편 신화이기에 혼자라도 충분히 신들을 낳을 수 있었다. 그 방법이 좀 특이하고 민망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죽은 자의 심장의 무게가 마아트의 깃털보다 무거우면

 

특이하게도 아툼은 자신의 그림자와 관계를 하거나 자위 행위를 통해서 자식들을 낳았다고 한다. 충격적이긴 하지만 여러 문헌에 따르면 아툼은 양성의 신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아툼은 침을 뱉어 대기의 신 슈(Shu)를 낳았고 음식을 토해내 습기의 여신 테프누트(Tefnut)를 낳았다. 슈와 테프누트는 근친결혼을 통해 대지의 신 게브(Geb)와 하늘의 여신 누트(Nut)를 낳았다. 다른 지역 신화와 달리 여신이 하늘의 신이라는 점은 특이할만 하다. 아툼의 손녀이자 하늘의 여신인 누트는 아이를 낳아 반역을 꼬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창조신 아툼이 이를 눈치 못했다면 신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툼은 어떻게 해서든 손녀딸이 아이를 낳는 것만은 막고자 했다.

할아버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누트는 남매 지간인 게브와 관계를 맺어 자녀 넷을 낳았는데 오시리스(Osiris), 이시스(Isiris), 세트(Set), 네프티스(Nephthys)가 바로 그들이었다. 아툼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이들 네 명의 신은 훗날 권력을 쟁취했고 이집트 신화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되었다. 조금은 독특해 보이는 아툼의 천지창조 과정에서 이집트인들만의 정신세계가 형성되는데 그것을 '마아트(Maat)'라고 한다.

 

마아트는 아툼이 세상을 창조하자 혼돈과 무질서가 사라지고 형성된 균형과 조화, 정의와 공평의 새로운 세상 질서를 말하는데 보통 마아트는 새의 털을 입고 있는 여신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심장'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미이라를 제작할 때도 심장만은 신체에서 떼어내지 않았다.

 

사람이 죽으면 죽음의 신 아누비스(Anubis)가 심장을 꺼내어 저울에 올려놓고 마아트의 깃털 무게와 비교를 한다. 심장의 무게가 마아트의 깃털보다 무거우면 여신 아미트(Ammit)의 요깃거리가 되었다. 나머지 신체는 두아트(Duat)라는 이름의 지하 세계에 갇히게 되었다. 반면 죽은 자의 심장의 무게가 마아트의 깃털과 같으면 아아루(Aaru)라고 불리는 천국에 보내졌다고 한다. 즉 마아트의 깃털은 인간이 생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평가하는 기준이었다. 이후 마아트는 수천년 간 내려온 이집트의 통치 원리와 원칙이 되었다고 한다. 

사진>창조신 아툼, 마아트. 출처>구글 검색자료>이집트 신화/범우사, 신화와 전설/21세기북스, 그리스 신화밖에 모르는 당신에게/행성비, 미솔로지카/생각의나무, 포털(뉴스)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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