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클로리스, 꽃집에 요정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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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충북 청원군 두루봉 동굴에서 4만년 전 구석기 시대 유물이 발견되었다. 당시 구루봉 동굴에서는 다섯 살배기 어린 아이 유골도 함께 출토되었는데 유골을 덮은 흙 속에서 국화꽃 가루가 나왔다고 한다. 당시 발굴에 참가했던 고고학자들은 평소 구석기인들이 먹다 남은 꽃씨를 유골에 뿌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사후 세계에서도 안락한 삶을 바랐던 구석기인들의 간절한 마음이 표현된 현장이라 하겠다. 뿐만 아니라 죽음이라는 가장 슬픈 순간에 꽃을 바치는 장례 문화가 구석기 시대부터 존재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예쁘게 존재했단 사라지는 것이 꽃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가장 슬픈 순간에는 애도의 표현으로 꽃을 바치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에도 꽃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흡사 그 순간이 바로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졸업이나 입학, 승진 시즌이 되면 꽃집은 일년 중 가장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뿐만 아니라 사랑을 갈구할 때도 꽃은 필수품이다. 그러고 보면 인류가 존재하는 한 꽃집도 영원(?)할 것 같다. 그리스 신화에도 꽃으로 사랑을 쟁취한 신이 있다고 한다. 바로 서풍의 신 제피로스(Zephyros)가 그 주인공이다. 상대는 꽃의 요정 클로리스(Chloris)였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클로리스가 생소할 것이다. 꽃을 의미하는 영어 '플라워(Flower)'의 어원이 된 로마 신화의 플로라(Flora)와 동일한 존재하고 하면 이해가 더 빠를 것이다. 클로리스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축복받은 자들의 섬'에 사는 요정으로 알려졌는데 고대 로마의 시인이었던 오비디우스(Publius Naso Ovidius, BC 43~AD 17)가 클로리스와 플로라가 같은 존재하고 했던 언급이 있을 뿐이다.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던 어느 봄날 서풍의 신 제피로스의 눈에 여기저기 산책하고 있던 클로리스가 보였다. 클로리스의 자태가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제피로스는 첫 눈에 반하고 말았다. 하지만 클로리스는 제피로스가 영 아니었던 모양이다. 클로리스는 스토커처럼 자신을 쫓아다니는 제피로스를 피해 다녔지만 결국 제피로스에게 납치되어 강제로 몸을 빼앗기고 만다. 요즘에야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신화의 세계에서는.....비록 강제로 자신의 욕망을 채웠지만 제피로스의 클로리스에 대한 사랑은 진지했다. 제피로스는 정원을 꽃으로 가득 채우고는 정식으로 클로리스에게 청혼을 했다. 결국 제피로스이 청혼을 받아들여 둘은 부부가 되었고 제피로스는 클로리스를 '꽃의 여신'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너무도 짧고 단순하기 그지 없는 꽃의 여신 클로리스에 관한 이야기는 르네상스 시대 화가였던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5~1510)의 그림으로 인해 보다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남기게 된다.

보티첼리의 그림 '봄'에서 봄의 정원 한가운데 서 있는 여신은 아프로디테 즉 비너스이다. 비너스의 왼쪽으로는 정숙과 청순과 사랑을 의미하는 삼미신(에우프로시네, 탈리아, 아글라이아)가 보인다. 삼미신 옆에 있는 신은 헤르메스 즉 로마의 메르쿠리우스, 영어식 표현으로 머큐리가 있다. 윗쪽의 꼬마는 짐작하다시피 에로스, 큐피드이다. 그림의 오른쪽이 바로 제피로스와 클로리스인데 둘이 결혼에 이르는 과정이 의인화되고 있다. 제피로스와 클로리스 신화가 의인화된 장면 바로 옆 꽃으로 치장한 신이 바로 꽃의 여신 클로리스, 플로라이다.


보티첼리의 그림 '비너스의 탄생'에도 비슷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클로리스를 안고 있는 제피로스가 바람을 일으켜 조개껍질 위의 비너스를 꽃으로 정원으로 인도하고 있다. 꽃의 정원에서 비너스를 맞고 있는 신이 클로리스, 플로라이다.  아시다시피 아프로디테, 비너스는 크로노스가 자른 우라노스의 성기에서 흐른 피가 바다에 떨어져 바닷물과 섞여 생긴 거품에서 태어난 신이다. 그런 비너스가 꽃의 도시 피렌체로 입성하는 과정이 그림으로 형상화된 것이다. 


지금은 세계적인 명화로 통하지만 보티첼리의 이 두 그림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에서 그려진 것이다. 보티첼리의 그림 '비너스의 탄생'과 '봄'은 메디치 가문의 요청으로 세상에 나왔는데 당시 피렌체 최고의 가문이었지만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메디치가는 로마제국의 시조인 아이네이아스(Aeneas)를 어떤 형식으로건 메디치가와 결부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탄생한 그림이 바로 이 두 작품이다. 로마 건국신화에서 아이네이아스의 어머니가 바로 아프로디테, 비너스이기 때문이다. ◈사진> 보티첼리의 '봄',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출처: 구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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