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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제우스의 여신들⑧ 타이게테, 전사의 나라 스파르타를 잉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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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300>은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인 스파르타를 가장 극적으로 연상시키는 소재일 것이다. 조국 스파르타를 외치는 소수의 정예 전사들. 게다가 300명의 전사 모두가 완벽한 근육질 몸매로 스파르타의 강인함을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스파르타는 나라가 하나의 커다란 군대였다. 영화에서 보았듯이 스파르타의 청년들은 어릴 때부터 집을 떠나 강한 전사가 되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받았으며 살을 에는 추위에도 태양이 작렬하는 사막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어야 했다. 맹수가 우글거리는 정글에 보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생존 훈련을 했다. 심지어 태어날 때부터 정상아가 아니면 숲 속에 버리거나 죽였다고 하니 요즘으로 치면 상식 밖의 군대 국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21세기에도 스파르타의 흔적을 쫓으려는 시도가 끊이질 않고 있다. 교육이나 스포츠 등 각종 분야에서도 스파르타식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강인한 정신력을 강조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 땅의 젊은이들을 생각없는 스파르타 전사로 키우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젊은이들의 좌절과 실패를 사회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노력과 정신력 탓으로 돌리려는 국가와 사회의 전형적인 반칙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리스 신화에서 스파르타를 세운 이가 바로 라케다이몬이다. 라케다이몬은 올림포스의 주인 제우스와 플레이아데스 중 한 명인 타이게테(Taygete) 사이에서 태어났다. 라케다이몬의 탄생 과정을 보면 스파르타 청년들의 조국에 대한 충성심과 라케다이몬의 어머니인 타이게테의 지조와 순결이 일정 부분은 닮아 있는 듯 보인다.

 

제우스의 사랑을 거부하다


 

▲플레이아데스. 사진>구글 검색

 

먼저 플레이아데스(Pleiades)에 대해 살펴보자. 플레이아데스는 늘 지구를 떠받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아틀라스와 오케아노스의 딸 플레이오네 사이에서 태어난 일곱 명의 딸로 알키오네, 켈라이노, 엘렉트라, 마이아, 메로페, 아스테로페, 타이케타를 말한다. 이들 일곱 자매는 인간인 시시포스의 아내가 된 메로페를 제외하고는 모두 신들과 결합해서 큰 족적을 남기기도 했다. 제우스와 타이게테 사이에서는 스파르타를 세운 라케다이몬이 태어났으며 제우스와 엘렉트라 사이에서는 트로이를 세운 다르다노스가 태어났다. 또 마이아는 제우스와 결합해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낳았다. 메로페만이 인간인 시시포스와 결혼했다고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스파르타를 세운 라케다이몬은 제우스와 타이게테 사이에서 태어났다.하지만 라케다이몬의 탄생 과정은 독자들을 분노케 한다. 타이게테가 난봉꾼 바람둥이 제우스에게 겁탈당해 낳은 아들이 라케다이몬이기 때문이다. 타이게테는 달의 여신이자 순결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추종자였다. 즉 아르테미스를 따르는 님페나 인간 여성에게 순결은 목숨과도 같은 것이었다. 타이게테도 아르테미스에게 순결을 지키기로 맹세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인간이나 신을 보면 늘 바람기가 발동하는 제우스의 눈에 들면서 타이게테의 불행은 시작되었다. 이를 눈치 챈 아르테미스는 타이게테를 암사슴으로까지 변신시켰지만 소용이 없었다. 타이게테는 아미클라이오스 산에 몸을 숨겼지만 제우스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결국 타이게테는 아미클라이오스 산에서 제우스에게 겁탈당해 스파르타의 시조 라케다이몬을 낳았다고 한다.

 

아르테미스가 제우스로부터 타이게테를 지키기 위해 변신시킨 암사슴은 훗날 헤라클레스가 열두 개의 과업 중 하나로 미케네 왕 에우리스테우스에게 바쳐지기도 했다. 또 다른 문헌에 의하면 이 암사슴은 타이게테가 다시 님페로 변신한 뒤 아르테미스에게 감사의 의미로 바친 선물이었다고도 한다. 이 암사슴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설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순결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제우스에게 순결을 빼앗긴 타이게테를 벌하기 위해서 암사슴으로 변신시켰다고도 한다. 목숨을 바쳐 신의 삐뚤어진 사랑을 거부한 타이게테. 이런 어머니의 성품을 라케다이몬이 물려받지 않았을까?

 

별이 되다

 

한편 타이게테를 비롯한 플레이아데스 일곱 자매는 훗날 플레이아데스 성단이라는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옛날부터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보이면 월동준비를 했을만큼 겨울을 대표하는 별자리이기도 하다. ‘플레이아데스 성단에 관한 설화는 비슷한 듯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는데 먼저 마찬가지로 별자리가 된 거인 오리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오리온은 보이오티아에서 플레이아데스 자매들을 본 뒤 한눈에 반해 7년간이나 쫓아다니며 구애했다고 한다. 아시다시피 플레이아데스 자매는 순결을 강조하는 아르테미스를 따르는 님페들이었다. 오리온을 피해 도망 다니던 플레이아데스 자매들은 아르테미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때 아르테미스가 제우스에게 부탁해 플레이아데스를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주었다고 한다. 플레이아데스를 괴롭혔던 오리온도 아르테미스의 부탁으로 쌍둥이 동생 아폴론의 활에 맞아 죽은 뒤 제우스에 의해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한편 오리온이 겁탈하려고 쫓아다닌 이가 플레이아데스가 아니라 이들의 어머니 플레이오네라는 설도 있다. 7년을 도망 다니던 플레이오네는 딸들과 함께 스스로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다고도 한다. 한편 플레이아데스는 전체 일곱 개의 별인데 6개만 제대로 보이고 나머지 하나는 흐릿하게 보이는데 다 신들과 결혼했지만 딱 한 명, 인간인 시시포스와 결혼한 메로페가 변한 자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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