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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북미

코요테가 은하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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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의 바람기는 20명이 넘는 여신들로부터 수많은 자식들을 낳은 것으로 볼 때 현실과 신화를 통틀어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다. 아테나, 아폴론, 헤파이스토스, 헤르메스 등 이후 헤아릴 수 없는 신들이 모두 어미만 다른 제우스의 자식이었다. 제우스의 바람기는 여신에서 그치지 않았다. 인간이었던 알크메네까지 유혹해 그 유명한 헤라클레스를 낳았다. 제우스의 바람기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으니 정실 부인이었던 헤라의 심정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헤라가 신화 속에서 괜히 악처가 아니었다.

 

어쨌든 제우스의 아내이자 최고의 여신인 헤라는 헤라클레스가 예뻐 보일 리 없었다. 제우스 또한 헤라클레스에 대한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인간의 몸에서 태어난 탓에 다른 신들처럼 영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제우스는 헤라가 잠든 사이에 헤라클레스가 헤라의 젖을 빨도록 했다. 누구든 헤라의 젖을 먹으면 절대 죽지 않는 불사신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헤라클레스는 태어날 때부터 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젖을 빠는 힘 또한 엄청났던 모양이다. 헤라는 헤라클레스가 젖을 빠는 힘에 놀라 잠에서 깼고 아기를 힘껏 밀쳐냈다. 이때 헤라에게서 나온 젖이 멈추지 않고 사방으로 퍼져 은하수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를 한 두 번만 읽어본 독자라면 결코 잊혀지지 않는 은하수 생성에 관한 신화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서 은하수를 영어로 밀키 웨이(Milky Way)라고 하는 모양이다.

 

 ▲나바호 족과 코요테. 사진>구글 검색


신화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독자라도 이정도 이야기라면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은하수를 코요테가 만들었다고 하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 것이다. 물론 신화는 말도 안 되는 아니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런데도 신화를 읽는 이유는 그런 황당무계한 이야기 속에 메타포(은유)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코요테(Coyote)는 알래스카에서 중앙 아메리카에 걸쳐 서식하는 육식 동물로 몸집은 작지만 오래 전부터 인간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북미 신화에서는 코요테가 어엿한 신으로 등장한다. 특히 북아메리카 서부에 사는 나바호 족들에게는 인간의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동물들을 숭배하는 경향이 강했다. 신화 속에 많은 동물들이 때로는 신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북미 신화에서는 은하수가 어떻게 생성되었을까? 코요테가 어떻게 은하수를 창조했을까?

 

북미 신화, 나바호 족 신화에 따르면 세상이 창조되었을 때 많은 신들이 계절과 관련해서합리적인 순서에 따라 하늘에 별들을 배치하고 있던 검은 신(Black God)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코요테는 창조 과정이 더디게 진행되자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코요테는 화를 내며 마이이오(Ma’iio)라고 부르는 붉은 별을 선택했다. 코요테는 자신을 상징하기 위해 이 붉은 별을 남쪽 하늘에 배치했다. 마이이오(Ma’iio)는 종종 코요테를 부르는 이름으로 배회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나바호 족 신화 속 붉은 별의 정체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신화에 따르면 일년 중 아주 짧은 기간 동안만 나타나며 재앙을 예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코요테는 검은 신의 작업 속도를 참지 못하고 남은 별이 담긴 자루를 움켜쥐더니 단번에 자신의 머리 위로 던져버렸는데 그것이 은하수가 되었다고 한다. 코요테가 뿌린 별들은 무질서하게 배치 되었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별 이름을 지을 수가 없었다. 그냥 은하수로 부른다는 것이다.

 

나바호 족 신화에는 코요테에 관한 다른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는데 코요테는 나바호 족신화의 대표적인 트릭스터(Trickster, 신화 등의 이야기에서 신과 자연계의 질서를 깨고 장난을 좋아하는 장난꾸러기 인물)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이용했다. 즉 코요테는 자신을 영웅으로 변신시키고 인간 여인과 잔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코요테의 아내가 된 여인은 그의 어머니를 만난 적이 있는데 어머니는 딸에게서 코요테 냄새가 나자 모녀가 코요테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코요테한테서 나는 특유의 고약한 냄새 때문이었다.

 

또 다른 나바호 족 신화에서 코요테는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코요테는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그녀를 지키고 있던 거인 그레이 빅 예이(Gray Big Ye’i)를 죽였다. 하지만 여자는 코요테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여자는 네 번에 걸쳐 코요테를 죽이려고 했지만 그 때마다 코요테는 자신의 생식 기관을 숨겨 환생할 수 있었다. 결국 여자는 코요테와 결혼할 수 밖에 없었다. 훗날 코요테는 아내의 형제들과 사냥하던 중 죽게 되는데 코요테 아내는 곰으로 변신해 한 명을 제외한 모든 형제들을 죽였다. 살아남은 마지막 형제가 (곰으로 변신한) 코요테 아내를 죽이고는 형제들을 다시 이승으로 데려왔다는 이야기다. 이 신화는 나바호 족들이 코요테를 종종 곰의 암컷 파트너로 여기는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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