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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세월호 7시간, 박근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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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7시간 추적자들/박주민 외 씀/북콤마 펴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있던 날 이정미 권한 대행이 탄핵 선고 결정 요지문을 읽는 동안 20분이 20년처럼 느껴지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특히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이 파면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발표에 허탈하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법적으로는 그렇다 치지만 국민 법감정으로는 가장 큰 탄핵 사유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민간인 최순실의 국정농단이라는 중대한 사유로 인해 헌법 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이 확정되긴 했지만 많은 국민들에게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은 가장 중대한 탄핵 사유로 인식하고 있다.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헌법 재판소는 의미있는 보충의견을 남겼다.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이 생명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헌법상 성실한 직책수행의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 취지는 피청구인의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법정의견과 같고, 피청구인이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하였으나 이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지만, 미래의 대통령들이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하여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 수많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상실되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피청구인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을 지적한다는 내용입니다.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요지문' 중에서-


그들이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끈질기게 추적해야만 했던 이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기까지 지난 3년 동안 정권과 보수언론의 방해로 세월호 침몰과 관련한 진상규명은 흐지부지 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정권의 사주를 받은 보수단체는 유가족들에 대해서는 '시체장사'니 '누가 배 타고 놀러 가라고 했냐' 식의 막말은 물론이고 유가족들 앞에서 폭식투쟁이라는 반인륜적 행태를 서슴치 않았다. 또 세월호 침몰의 진상규명을 촉구한 예술인들에 대해서는 블랙 리스트를 만들어 지원을 중단 등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게이트를 계기로 광화문 광장에 모인 촛불 시민들은 다시금 세월호 진상규명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 관련된 의혹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시민들이 정권과 보수언론의 끈질긴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망각의 늪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세월호 유가족은 물론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끈질기게 추적한 이들이 있어 가능했다. 


 


<대통령의 7시간 추적자들>은 바로 여전히 놓을 수 없었던 세월호 침몰의 진실, 특히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끈질기게 추적한 이들의 이야기다. 세월호 변호사로 통했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대응과 관련해 고발장을 낸 이재명 시장, 대통령의 비선 진료에 대해 꾸준히 단독 보도한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참사 이후 끈질기게 세월호 진실 규명을 추적해온 '한겨레21'의 안수찬 편집장과 김완 기자, '올림머리' 특종을 해서 큰 반향을 일으킨 한겨레신문의 하어영 기자, 세월호 특조위에서 조사 활동을 진행한 김성훈 조사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대통령의 시크릿'편을 제작한 이큰별 피디, 416가족협의회에서 진상규명분과를 맡고 있는 장훈 과장, '416 단원고 약전'을 집필한 오현주 작가가 바로 그들이다. 박주민 의원은 이들을 초청해 대담을 진행했고 각 대담 뒤에는 진실 추적자들의 후기를 실었다.


이들 진실 추적자들은 왜 그렇게 끈질기게 대통령의 7시간을 추적했을까? 박주민 의원은 '들어가는 글'을 통해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정부는 어렵게 구성된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해산했고 몸과 마음이 치유되지 못한 유가족에 대한 의료 지원은 중단되었으며 세월호 인양은 계속 미루어지고 있어 9명의 미수습자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차가운 바다 아래에서 끝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즉 진실이 떠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족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직은 세월호를 놓지 말아야 할 이유인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수많은 수수께끼 중에서도 '대통령의 7시간'은 진실에 다가서려는 출발점인 것이다.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은 어쩌면 끝내 해명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설령이 대통령이 탄핵이 된다고 해도 그럴지 모른다는 회의감이 든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부재했던 것을 실재했다고 해명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그 7시간은 한국사회가 박근혜 시대를 경유하며 실패한 어떤 것의 총체적 이름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마저 든다. -'한겨레 21 김완 기자의 후기' 중에서-


세월호 7시간, 박근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갇혀 있기 때문에 구명조끼가 의미가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

"갇혀 있으니까…"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하고 TV만 지켜보던 시민들은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중대본에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을 듣고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참사 관련 보고는 받았을까?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도 놓치고 도대체 그 7시간 동안 무엇을 했길래 이런 엉뚱한 질문을 했던 것일까? 시민들은 별의별 추측을 다 했다. 아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청와대 참모들은 사고 직후부터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데 정작 대통령은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하고 있었으니 청와대 참모들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대통령 대리인측이 헌법 재판소에 제출한 '대통령의 7시간'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국가적 재난 상황인데도 관저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다니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민은 무슨 의미였을까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 와중에 올림머리를 하고 꼬박꼬박 식사까지 했다니....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 할 대통령의 헌법적 의무는 한번 신고 버리고 만 헌신짝에 불과했다. 


오현주 작가는 그동안 제기돼 왔던 '대통령의 7시간' 의혹에 대해 '대통령의 9시간'이라고 주장한다. 세월호 참사 직후 최초 신고가 접수된 시간이 오전 8시 52분이었는데 이 때 퇴선 명령만 있었다면 10시 21분까지는 전원 구조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바로 그 골든타임에 대한민국에는 대통령이 없었다는 것이다. 즉 좀 더 정확히 하자면 최초 신고 접수 시각부터 대통령이 중대본에 들러 엉뚱한 소리를 떠들었던 시각까지 모두 합해 '대통령의 9시간'이라는 것이다. 


'7시간 추적자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녔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은 결국 핵심의제가 아닐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세월호 참사 직후 7시간이든 9시간이든 '박근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느냐'라는 문제는 그래서 부차적이다. 오히려 대통령이 대형 재난에 맞서 마땅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둘째 날, 셋째 날, 그리고 그 후 피해자들과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대통령은 7시간 동안 참사와 관련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심지어 아이들이 여전히 배 속에서 나오지 못하던 그날 밤, 다시 관저로 돌아가 다음 날 아침까지 본관 집무실로 나오지 않았다. -'김성훈 조사관의 후기' 중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자마자 거의 3년 만에 세월호가 다시 떠올랐다. 시민들은 의아해 하고 분노했다. 이렇게 쉽게 인양할 것을 그동안 왜 못했을까? 한편 벌써부터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자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은폐하고 세월호 인양을 반대했던 자들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세월호 진실 규명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진실을 향해 가는 걸음이 더디더라도  멈춰서도 안되고 힘들어 해서도 안된다. 망각은 더더욱 안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분명 2017년과는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4년 동안 대한민국을 기만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단 한가지라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해 고백하는 것이다. SBS 이큰별 PD가 후기에 남긴 이 말은 국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최후통첩은 아닐까.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파면 전에 책이 출간됨)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본인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와 관계없이, 2014년 4월 16일에 대한 국민들의 질문과 추적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할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대관절 자신은 무엇을 했던 것인지... -'이큰별 PD 후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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