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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바람둥이 제우스의 여신들② 에우리노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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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예술작품 중에는 유독 미인 조각상이 많다. 그 중에서도 아프로디테(로마 신화의 비너스)가 대표적이다. 물론 아프로디테 말고도 아프로디테와 함께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될 정도로 아름다움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헤라도 있었고, 아테나도 있었지만 어쨌든 아프로디테는 두 여신과 달리 아름다움을 관장하는 여신이었으니 당연한 현상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아프로디테나 헤라, 아테나 정도의 여신은 아니지만 유럽 미술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각상이 있다. 바로 삼미신, 카리테스(Charites)다. 로마 신화에서는 그라티에(Gratiae)라고도 부르는 삼미신 조각상은 서로 어깨를 만지고 있는 등 다양한 포즈로 등장한다.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삼미신, 카리테스의 이름은 각각 아글라이아(Aglaia, 빛남), 탈리아(Thalia, 꽃의 만발), 에우프로시네(Euphrosyne, 기쁨)로 제우스와 에우리노메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바람둥이 제우스의 두 번째 상대는 바로 이 삼미신, 카리테스의 어머니인 에우리노메다.


올림포스의 주인 제우스의 자식을 낳았지만 에우리노메(Eurynome)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헤시오도스의 저서 <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에우리노메는 1세대 티탄 신족인 오케아노스(Oceanus)와 테티스(Tethys)의 딸인 바다의 님프로 어떻게 제우스의 연애 상대가 되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카리테스와 함께 아소포스(Asopus)라는 강의 신을 낳았다는 기록만 존재할 뿐. 오히려 에우리노메와 같은 이름의 인물이 꽤 등장하는데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는 오디세우스의 아내인 페넬로페의 시녀로서의 에우리노메가 등장하고 히기누스의 <이야기>에는 포세이돈과 벨레로폰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서 에우리노메가 등장한다. 또 로마 시대의 작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는 태양신 헬리오스의 사랑을 받은 레우코토에의 아버지로서 에우리노메가 등장하기도 한다.


 ▲카리테스 조각상. 사진>구글 검색


한편 에우리노메가 창조신으로도 등장하는데 남편 오피온과 함께 올림포스의 주인이었으나 올림포스의 재배권을 놓고 크로노스와 레아 부부에게 패배해 오케아노스강에 던져졌다는 전설도 있다. 훗날 에우리노메와 오피온은 헤파이스토스의 보호자로 등장하기도 한다. 사연은 이렇다. 제우스가 메티스와 바람을 피워 아테나를 낳은 데 분개한 헤라는 혼자 임신(?)으로 아들을 하나 낳았는데 그가 바로 그리스 신화의 대표적인 장인 헤파이스토스였다. 하지만 헤라의 기대와 달리 헤파이스토스는 절름발이에 그리스 신화 속 대표적인 추남이었다. 이에 분개한 헤라는 헤파이스토스를 오케아노스강에 던져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이렇게 냉정할까 싶지만 신화 속에서는 흔히 있는 일. 오케아노스강에 버려진 헤파이스토스를 숨겨주고 키워주었던 이가 바로 에우리노메와 오피온 부부였다고 한다.

에우리노메라는 이름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더 소개하자면, 태양신 헬리오스(그리스 신화 속 아폴론)를 사랑했던 그것도 일방적으로 사모했던 요정 클리티아가 있었다. 하지만 헬리오스가 사랑했던 여인은 따로 있었으니 레우코토라는 처녀였다. 이를 질투한 클리티아는 레우코토가 처녀가 아니라는 소문을 퍼뜨리고 다녔다. 이 소문을 들은 레우코토의 아버지 에우리노메는 딸을 생매장시켜 버리고 만다. 아무리 수치스럽다지만 이렇게까지야. 어쨌든 레우코토가 죽었지만 여전히 헬리오스는 클리티아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결국 절망한 클리티아는 무려 구일 동안 한끼도 먹지않고 헬리오스를 쳐다보다 해바라기가 되었다고 한다. 마치 미소년 나르키소스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자 몇날 몇일을 굶다 에코(Eco)가 되었다는 어느 요정의 이야기처럼. 그 요정의 이름이 바로 에코였단다.

마지막으로 다시 제우스와 에우리노메의 딸 카리테스로 되돌아가면, 카리테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에우프로시네, 아글라이아, 탈리아에 국한되지 않는다. 각종 문헌에 따르면 삼미신으로 다양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파시테아, 에우노미아, 하르모니아, 칼레, 레테 등. 어쨌든 삼미신, 카리테스의 미모가 장난이 아니긴 했나보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질투까지 받았다고 하니 말이다. 카리테스의 미모를 질투한 아프로디테는 어느날 그리스 신화 속 대표적인 예언가인 테이레시아스를 불러 자신과 카리테스 중 누가 더 아름다운지 내기를 했다고 한다. 이 눈치없는 테이레시아스는 카리테스 중 칼레를 지목하면서 아프로디테 여신보다 더 아름답다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미모 하나로 먹고 살았던(?) 아프로디테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결국 아프로디테는 테이레시아스를 장님으로 만들고 말았다. 신화 속에서 테이레시아스가 장님으로 등장한 것도 이 때부터라는 전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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