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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북유럽

수요일의 신, 오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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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日), 월(月), 화(火), 수(水), 목(木), 금(金), 토(土). 동양의 요일이 음양(일,월) 오행(화,수,목,금,토)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웬만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모두 아는 지식이다. 그렇다면 선데이(Sunday), 먼데이(Monday)로 시작하는 서양의 요일은 그 기원이 어디일까? 신화를 빌어 요일 얘기를 하고자 한다. 첫번째로 살펴볼 요일은 수요일(水曜日, Wednesday)이다. 막연하게 어릴 적 들었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이란 노래가 생각나서 왠지 친근감이 느껴져서다. 결론부터 말하면 서양의 수요일(Wednesday)는 북유럽 최고의 신 오딘(Odin)에서 비롯됐다. 주로 게르만 민족이 섬겼던 신으로 고대 인도어로는 보탄(Wuotan)이라 불렀고, 고대 영어로는 보딘(Woden)이라고 불리면서 영어 'Wednesday'의 어원이 됐다. 즉 서양에서 수요일은 '오딘의 날'이라는 뜻이겠다.


하기야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이런 지식이 새삼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영화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천둥의 신, 토르>뿐만 아니라 게임의 '리니지'와 '라그나로크'등이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오딘의 외모부터 살펴보면 기존의 신들과는 꽤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나이 든 노인의 얼굴에 눈은 애꾸눈이며 창이 큰 모자로 그 눈을 가리고 있다. 또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나 포세이돈이 늘 가지고 다니던 번개나 삼지창과는 달리 지팡이 하나를 들고 있다. 신 치고는 행색이 초라해도 너무 초라하다. 비록 이런 행색이지만 오딘은 분명 북유럽 최고의 신이다. 그렇다면 오딘의 이런 외모에 담긴 뒷얘기 또는 사연이 있지 않을까? 

 ▲오딘. 사진>구글 검색

 

오딘은 최초의 신 부리의 아들 보르와 볼트호른이라는 거인의 딸 베스트라가 결합해 나은 아들이다. 이 커플은 오딘 뿐만 아니라 빌리(Vili)와 베(Ve)라는 자식까지 모두 셋을 낳았는데 이들이 북유럽 최초의 신이 되었고 그 우두머리가 오딘이었다. 오딘은 아우들과 힘을 합쳐 태초의 거인 이미르를 죽였는데 이 때 이미르의 혈관에서 피가 바다처럼 흘러나와 태초의 서리 거인이 다 빠져죽고 베르겔미르와 그의 아내만이 살아남아 요툰하임이라는 곳에 정착했다고 한다. 이미르를 격퇴한 오딘과 그 형제들은 이미르의 살로로 지구를 만들고 뼈로는 산맥을 만들었다. 또 이미르의 털로는 숲을 만들었고, 이때 흘러나온 피로는 바다와 호수를 만들었다고 한다. 또 그들은 무스펠하임에서 하늘 높이 불꽃을 쏘아 올려 태양과 달과 별을 만들었다. 한편 이들 형제들은 최초의 인간도 창조했는데 물푸레나무로 최초의 인간인 아스크를 만들었고, 느릎나무로 최초의 여자인 엠블라를 만들었다.

 
짐작하겠지만 오딘이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지혜가 많다는 것을 상징한다. 오딘이 지혜의 상징이 된 데는 애꾸눈과 관련이 있다. 오딘은 지혜를 얻기 위해 지혜의 정령이자 거인인 미미르가 지키는 지혜의 샘물을 얻기 위해 자신의 한 쪽 눈을 바쳤다고 한다. 차양이 넓은 모자는 그런 눈을 가리기 위해서였다. 또 그의 어깨에는 푸긴과 무닌이라는 두 마리의 까마귀가 앉아 있는데 이 까마귀들이 세상을 날아다니며 세상 일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으니 탁월한 지혜를 갖지 않을 수 없었겠다. 그래서 그는 룬 문자를 발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들고 있는 지팡이는 간반테인이라고 하는데 그 지팡이는 타인의 마술을 무력화시키는 힘이 있었다고 한다. 또 오딘이 들고 있는 궁니르라고 부르는 투창은 던지면 적을 맞추고 다시 오딘에게 돌아온다고 한다. 또 오딘이 끼고 있는 반지인 드라우프니르는 매일 밤 아홉 개의 반지가 새로 생성되는데 오딘은 이 반지를 전투에서 승리한 전사들에게 하사했다. 
 
 ▲오딘의 말 '슬레이프니르'. 사진>구글 검색

 

발이 여덟 개 달린 오딘의 말은 슬레이프니르라고 부르는데 하늘을 날며 오딘을 죽은 자의 나라로 때로는 죽은 자를 오딘에게 데려올 수도 있었다고 한다. 오딘의 말 슬레이프니르의 탄생 일화 또한 재미있는 신화 이야기 중에 하나다. 한 거인이 한 번의 겨울이 끝나기 전에 신들을 위한 벽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거인은 그 댓가로 여신 프레야와 태양, 달을 약속받았다. 신들은 당연히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거인은 스바딜파리라고 하는 말을 데리고 와서 정해진 시간에 벽을 거의 완성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불안감을 느낀 신들은 아스가르드의 책략가 로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로키는 암컷 나귀의 모습을 하고 거인이 데려온 말 옆에서 울면서 일을 하지 못하도록 유혹했다. 결국 거의 완성 단계에서 일을 그르치고 말았고 거인은 토르의 망치에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이때 거인의 말을 유혹하기 위해 암컷 나귀로 변신한 로키가 낳은 망아지가 훗날 오딘의 말 슬레이프니르가 되었다.

 

한편 오딘은 죽음의 신이기도 했다. 노인 행색을 하고 있는 것도 그만큼 죽음에 가까웠다는 상징일 것이다. 전사자들을 죽음의 공간인 발할라로 인도한 오딘의 전령이 처녀 전사들인 발키리였다. 참고로 발할라는 '전사자의 큰 집' 또는 '기쁨의 집'이라는 뜻으로 발키리가 명예롭게 전사한 군인들을 이곳으로 데려와 낮에는 세계 종말에 대비해 전투훈련을 받았고 밤에는 모두 되살아나서 산해진미를 즐기며 생활했다고 한다. 병이 나거나 늙어서 죽은 사람들은 이곳에 들어올 수 없었다. 명예롭고 용감한 전사들만이 갈 수 있는 공간이었다. 발할라는 북유럽인들이 생각하는 일종의 이상향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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