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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청와대 지하벙커가 군면제자들 쉼터는 아닐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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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의사당 안의 풍경 한 조각. 바깥 싸움터로 군대를 보내느냐 마느냐 하는 가장 엄숙한 결단의 마당에서 민의를 대변한다는 어떤 '손'들은 꾸벅꾸벅 졸고 있더란다. 아무리 자기 자신은 싸움터에 나가지 않는다기로 이렇듯 소홀한 생명 관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것이 비록 가난한 우리 처지로서는 밥과 목숨을 맞바꿔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이었다 할지라도. -『무소유』 <아직도 우리에겐> 중에서 -

법정 스님이 1970년 쓴 글이다. 강산이 세 번이나 변했을 시간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선량들이 모여있다는 오늘 국회의 모습이 
케이블 TV에서 한물간 드라마 재방송을 보듯 그 때와 어쩌면 이리도 똑같을까?  비단 국회뿐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세계경제가 위기의 폭풍 속으로 빠져들 즘 갑자기 '비상경제정부체제'를 외치면서 청와대 지하벙커로 몸을 숨겼다. 여름엔 춥고 겨울엔 더운 청와대가 어때서? 하루하루 시름만 깊어가는 서민들 눈물 닦아준다는데 그 정도 에너지 낭비가 무슨 문제가 된다고(?) 굳이 탁한 공기에 음산함이 감도는 지하로 들어갈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청와대 나름의 설명을 귀가 아리도록 들어서 굳이 다시 언급한다는 게 손가락 마디마디에 실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그걸 믿는 국민들이 많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청와대의 속내가 하나둘씩 벗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보여주기', '쇼'를 좋아하는 현 정부의 국민을 상대로 한 손발저림 개그일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억을 더듬어보니 지하벙커 첫 작품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구속'이었으니 말이다.


그들이 지하로 들어갈 명분으로 내세웠던 경제는 어떤가? 구구절절 자화자찬을 늘어놓지만 갈수록 먹고살기 힘들어지는 서민들에게 그런 경기회복을 보여주는 수치들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수출이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다는데 그게 서민들과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정작 정부는 서민들 피땀으로 일군 경기회복과 무역수지 흑자의 열매를 몇몇 가진 자들에게만 나누어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대선공약은 차치하더라도 지하벙커의 결과물들은 참담하다. 서민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통계들은 그들이 입버릇처럼 외쳐됐던 김대중과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잃어버린 10년'보다 나아진 게 없다. 단지 신문시장의 80% 차지한다는 조중동을 등에 업고 KBS, YTN, MBC를 차례로 장악하면서 국민들은 이런 이명박 정부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 뿐이다. 어쩔 수 없는 결과이지 않을까? '서민'을 부르짖으며 '부자감세'에 올인하고 '녹색'을 외치면서 '4대강' 파헤치기에 혈안이 돼 있으니 말이다. 어느 순간 우리 사회는 이런 결합할 수 없는 모순이 일상으로 자리잡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의 성과라면 성과(?)일 수도 있겠다. 최소한 정론(?)을 외치는 조중동과 원조보수(?)를 자처하는 수구세력들에게는.....

막장 드라마를 볼 때면 우리 일상과는 동떨어진 허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헤어나기 힘든 몰입을 하게 된다. 쇼란 그런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시청률(?)이 최근들어 50%에 육박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쇼'의 매력을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게다가 가끔 지하벙커를 벗어나서 떡볶이도 먹어주고 눈물도 흘려주는 남우 주연상감 센스까지 발휘해 주니 연일 시청률이 고공행진일수밖에...

최근에 지하벙커에서는 날마다 안보장관회의를 개최한다고 한다. 바로 우리 해군의 초계함인 '천안함 침몰 사건' 때문이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무슨 이런 일이...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젊음을 헌납한 46명의 병사들은 차가운 물 속에서 며칠째 생사를 알 수 없고 그 가족들은 가슴을 치며 통곡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엄청난 사고는 갈수록 의혹만 커지고 있다. 매시간마다 TV에서 중계되는 뉴스속보는 며칠째 새로운 소식이 없다. 어쩌면 현 정부의 위기상황대처능력이 한계를 나타내는 것인지....아니면 무슨 꼼수가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추측만 무성해 지고 있다. 자체폭발에서 북한의 공격까지....급기야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은 분노로 변해가고 있다. 날마다 연다는 안보장관회의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논의하고 있는지, 실종자들의 생존과 사고원인을 갈망하는 가족들과 국민들의 염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은 사고 초기대응이 잘됐다고만 한다. 아무런 진전이 없는데 무얼 그리도 잘했다는 것인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상에서는 군면제자들 집합소인 지하벙커에서 어떻게 군대 사고에 대처할 수 있겠냐는 댓글들이 적잖게 눈에 띈다. 맘먹고 대통령과 장관들 이력을 찾아보니 가히 이런 글들이 올라올 수 있겠구나 싶다. 물론 우리 주변에는 종교적 양심과 피지못할 여건으로 의도하지 않게 국방의 의무를 면제받은 이들도 있다. 다만 신체건강한 정부 각료 집단이 다른 사회집단에 비해 군면제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면 이를 정상적으로 생각할 국민이 몇이나 될까?

불현듯 대한민국이라는 나의 조국이 '이상한 나라'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보수의 가치 중에 '국방'이라는 항목이 차지하는 위치가 적지 않을 터, 보수정권인데도 과거 진보정권(?)보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각료들이 적지 않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면 죄다 '좌파'로 몰아간다. 군면제 받은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월남전 참전용사인 명진스님에게 좌파라고 하는 것을 보았잖은가!!!소가 웃고 지나갈 일이다.

그들의 의도가 무엇이 됐건 지하벙커로 들어간 명분이라도 얻기 위해서 당장은 이번 사고로 인한 실종자 수색에 명운을 걸어야 하며 국민들에게는 소상한 내용을 빠짐없이, 숨김없이 설명해 주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서민들 홀리는 '쇼'를 구상하는 작업실이 아닌 진지하게 서민정책을 고민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현재까지와 같은 행태가 반복된다면 시민들의 분노는 언제고 활화산이 될 수 있다는 점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분명코 청와대 지하벙커는 군면제자들의 쉼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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